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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재산을 둘러싼 상속소송 1·2심에서 패한 이맹희씨가 26일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이번 소송전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삼성 입장에서는 소송 승리로 경영권 승계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성과를 올렸지만 형제 간 다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돼 '상처뿐인 승리'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소송 과정에서 불신과 감정이 쌓인 양측이 화해에 나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삼성은 일단 이맹희씨의 상고 포기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2012년 2월 이맹희씨의 제소로 시작된 이번 소송이 약 2년 만에 끝나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삼성은 이번 소송전이 마무리되면서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당초 삼성이 이맹희씨 측의 화해 조정을 거부하고 소송을 이어간 것은 이번 소송의 핵심을 경영권 승계에 대한 정통성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소송 대리인인 윤재윤 변호사는 앞서 "이번 소송의 본질은 돈 문제가 아니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정통성과 원칙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의 경영권은 물론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1심, 2심 재판부에서 모두 정통성을 인정 받은데다 이맹희씨마저 상고를 포기해 경영권 승계에 대한 정통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아울러 애플과 치열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형제 간 소송전이 마무리되면서 애플과의 소송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삼성은 이번 소송으로 형제 간 다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속에 기업 이미지에 큰 상처를 안게 됐다. 특히 이번 소송이 재벌그룹 형제 간 재산 싸움으로 비쳐지면서 삼성 등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확산된 점은 삼성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의 소송은 삼성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고 삼성이 애플과 함께 정보기술(IT) 양대산맥이라는 명성도 얻은 긍정적 측면도 있었으나 이번 이맹희씨와의 소송전은 사회적 비난 여론 속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는 점에서 삼성으로서는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송 마무리로 CJ그룹 역시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CJ그룹 안팎에서는 얼마 전 항소심 패배로 대법원에 가도 승소 가능성이 낮아 상고 포기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현재 이맹희씨는 일본 도쿄 병원에서 이전 폐에서 발생했던 악성종양 수술을 한 후 상태가 호전되는 등 꾸준히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상고 포기와 관련, CJ그룹은 "개인적인 소송에 대해 그룹 차원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소송이 마무리된 만큼 가족 간 화해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등 가족들이 처음부터 만류했기 때문에 이맹희씨의 가족들도 반기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앞으로의 관심은 양측의 화해 여부다. 그러나 양측이 실제로 진정한 화해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양측은 항소심 직후 화해 얘기가 나오던 무렵 다시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양측이 송사를 마무리하면서 가족 간 관계 복원과 화해 의사를 내비치기는 했지만 실제 화해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론을 모색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