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차기행장 인선 조율 ‘시간벌기’/은감원,은행주총 연기 요청

◎특검결과 따라 대대적 임원교체/재경원·한은출신 행장영입 거론은행감독원이 10일 조흥·제일·외환·서울은행 등 4개 은행에 대해 주총연기를 갑자기 요구,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보대출에 대한 특별검사가 진행중이라는 것이 주총연기 요구의 공식이유이나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특검결과가 임원인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특검기간이 상당히 길어지리란 것도 이미 예상됐던 일. 따라서 주총연기를 요구하려면 해당은행들이 주총일정을 잡기 전에 미리 했어야 마땅한데도 이를 미루다가 공고직전에야 제동을 건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은감원은 최근 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공식적인 문책대상자가 선정되기 이전이라도 거액의 부실여신이나 금융사고에 가담 또는 연루됐을 경우 은행장 및 감사후보 배제대상으로 지목할 수 있어 단순히 특검때문에 연기요청을 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와 관련, 정부가 아직 은행장 등 은행권 인사구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차기행장 구도에 대한 사전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도 벌고 명분도 축적하기 위해 주총연기를 요청했다는 시각이다. 한보특검 결과에 따라 일부 은행경영진에 재경원, 한은등 외부인사들의 영입이 유력하기 때문에 이같은 시각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일은행=외부행장 선임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속에 은행 내·외부에서 조금씩 후보자들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초기에는 S,Y,C씨 등 한은출신인사들이 많이 거론됐으나 최근에는 재경원쪽 인사 가운데서 나올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재경원 현직의 직접 「입성」은 곤란하기 때문에 P,S,M씨 등 국책은행장을 거쳤거나 현직에 있는 재경원출신 인사가 부쩍 자주 거론되고 있다. ◇서울은행=장만화 행장대행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외부영입 가능성도 다분하다. 일부 은행직원들 역시 장대행처럼 은행내부를 잘 아는 인물이 차기행장에 선임돼야 어려운 서울은행의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은행의 고질병인 파벌싸움을 내부행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강력한 외부인물이 들어서야 한다는 논리이다. ◇조흥은행=외부보다는 내부승진이 유력하다. 갑작스런 우찬목 행장의 구속으로 일종의 「힘의 공백」상태가 발생하며 행장후보들간 경쟁이 일부 감정대립으로 불거져 나오는등 부작용마저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관계자들은 누가 행장이 된다해도 감정대립에 따른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행장구도는 특검결과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 행장을 둘러싼 경쟁역시 바로 이같은 「책임」을 둘러싼 공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외환은행=장명선 행장의 임기는 오는 6월10일이다. 이번 한보사태만 없었다면 다른 은행들이 주총으로 시끄러운 2월을 지나 조용히 연임에 성공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이다. 비록 시달리긴 했지만 일단 검찰수사도 「무혐의」로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은감원은 검찰수사와 은감원 특검은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실여신에의 연루」기준을 어디까지 설정할지가 관심사다.<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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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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