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당권 경선 끝까지 막말공방
한나라 친이·친박 인신공격등 편가르기 '내홍'민 주 추미애·정세균후보 색깔논쟁 감정싸움비전제시등 없어 '그들만의 잔치' 비판 나와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이현호 기자 hhlee@sed.co.kr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각각 3일과 오는 6일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마감하기도 전에 후유증 경보에 휩싸이고 있다.
양당 차기 지도부 입성을 노린 후보들이 선거 막판까지 계파별 편가르기와 인신공격 등 막말공방에 열중했다. 새롭게 당을 이끌면서 당의 정체성과 정책노선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후보들의 명확한 비전 제시와 차별적인 정책경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이번 각당 지도부 선거를 두고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각 당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 안팎에서 심각한 권위의 도전이 우려되고 당내 화합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 2006년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었지만 경선 과정에서 친이ㆍ친박계가 서로 입힌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내홍에 휩싸이면서 위기를 맞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올 1월 당의 선장 자리에 추대됐지만 당내 계파 간 갈등에 휘말려 임기 내내 중심을 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양당 경선 후보들이 최소한 경선 피날레인 전당대회만큼은 서로 격려하는 화합의 축제로 마무리 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은 밝지 않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후보들은 경선 피날레를 하루 앞둔 2일까지도 고질적인 계파 다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부산MBC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친박계 김성조 후보는 친이계인 공선진 후보를 겨냥, '이재오계'라며 "이재오 전 의원이 외국에 자숙하러 갔음에도 최근 국제전화를 통해 누구 찍어달라는 말을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몰아세웠다. 친박계 허태열 후보는 "박희태ㆍ공성진 캠프 간 담합이나 줄서기 작전이라도 있느냐"며 공세에 가담했다. 공 후보도 "허 후보가 친박을 내세우고 나서면서 잘 진행되던 (당의) 대표 선거가 계파 간 대결로 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표 후보들도 이날 서울 여의도 MBC방송국에서 열린 당 대표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고전적인 색깔 논쟁으로 경선의 물을 흐렸다. 추미애 후보는 정세균 후보가 과거 열린우리당 의장 당시 대연정 문제에 대해 뒷받침하겠다고 발언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들춰내며 "한나라당과 어떻게 다르냐"며 색깔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전혀 근거가 없다"며 "한나라당이 우리를 용공 음해한 것과 비슷한 수법"이라고 감정 싸움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정대철 후보가 중재에 나섰지만 후보 간 감정의 골은 이미 깊어진 상태였다.
반면 양당 후보들의 정책 대결 성과는 빈약하다. 각 당 후보들은 지역현안이나 민생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정책 내용의 합리성에 대한 깊이 있는 진단보다는 일방적인 의견 개진 수준에 불과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결국 경선은 막판까지 정책대결보다는 세력 대결 구도로 방향이 잡혔다. 한나라당에선 '박희태 후보 1강론' 여부가 쟁점화된 가운데 경쟁후보 간 합종연횡이 이뤄졌고, 민주당에서도 정 후보 우세론에 대응해 추 후보, 정 후보가 이날 후보단일화 협상을 공식적으로 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