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돈풀기 성공했지만 성장전략은 미지수… 실패땐 더 깊은 수렁

■ 1달러=100엔 시대 <중> 아베노믹스 승리로 이어지나<br>생산성 향상 등 체질 개선<br>통화정책만으론 해결 안돼<br>빚부담에 재정동원도 한계<br>에너지 비용 증가·인플레 등… 엔저 효과 부작용 우려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 밑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경제도 꿈틀거리며 아베 신조 정권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진정한 시험대는 지금부터라는 게 중론이다.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근간인 이른바 '세 개의 화살' 가운데 '돈 풀기'는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나머지 화살인 재정지출ㆍ성장전략 등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탓이다. 특히 오는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본격화할 기업 구조조정, 제조업 강화 등 성장전략이 실패할 경우 일본 경제는 이전보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12일 교도통신은 아베 정부가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의 주축이 되는 기업지원책을 17일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민간 기업의 투자 목표치를 포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정부는 기업 설비투자 총액을 앞으로 3년간 10% 증가시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전의 연간 70조엔 규모로 회복시키기로 했다. 기업지원책에는 2013~2017년도 5년 사이에 "국내 설비투자와 고용자의 임금을 증가시키겠다"는 목표가 들어간다.

민간 투자나 임금 증가 규모를 정부가 제시한 셈이다. 아베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이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 중 일정액을 법인세로부터 공제해주는 '법인판 엔젤 세제'가 도입되고 경영자의 개인보증제도도 재검토해 차입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증을 면제해주는 새로운 융자제도도 도입한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정리한 '산업경쟁력강화법안'을 이르면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공격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전략이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신성장 동력 발굴이나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은 근본적으로 통화나 재정을 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신용 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근간 가운데 통화정책만 전면 가동되고 나머지는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일본의 국가신용 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3분의1 이상"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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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가 부채가 선진국 가운데 최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베 정부가 두 번째 화살인 재정 정책을 동원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재정적자가 누적된 일본(GDP 대비 공공부채비율 200% 이상)이 국채발행 부담을 중앙은행의 발권(양적완화)으로 덜어내려 한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확산될 경우 신용등급 강등 및 국채가격 하락(국채금리 인상) 등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첫 번째 화살'인 엔저 효과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금은 주가 상승, 소비 심리 회복, 수출경쟁력 강화 등을 불러와 일본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독약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적자 구조가 고착된 일본경제에서 엔화약세는 수출증대 못지않게 수입증대와 에너지 비용 증대라는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마틴 슐츠 후지쓰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업체들이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다"며 "엔저가 일본 경제에 제공하는 주는 도움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엔저가 오히려 자산시장 버블만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인위적 경기부양이 설비투자ㆍ세수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의 기노시타 도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와 내년까지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가만 오르고 가계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 고통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베노믹스가 실물경제 회생을 동반하지 않는 인플레이션만을 낳을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와타 가즈오 전 일본은행 부총재는 "엔저가 더 지속되면 외환시장이 과잉 반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본 경제에도 해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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