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모적인 새 정부와 재계 갈등

새 정부와 재계의 갈등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고 있다. 노무현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정책과제가 개혁적이고, 그 중심에 재벌개혁이 있는 만큼 양 진영간의 갈등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재벌개혁과 관련해 주요한 계획을 밝힌 데 대해 전경련의 손병두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 진영의 갈등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재계인사들과 만나 `점진ㆍ자율ㆍ장기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한 뒤 진정되는 듯 했다. 그런데 이번엔 전경련 김석중 상무가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인수위의 목표는 사회주의적”이라고 했다는 발언을 둘러싸고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김상무는 발언을 부인했고, 전경련은 해명서한을 인수위에 보냈으나, 인수위측은 발언의 진의를 밝히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상무의 발언이 사려 깊지 못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에서의 사회주의는 개념정리도 제대로 안돼 공산주의와 동의어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미분화된 개념으로 새 정부의 성격을 규정 지으려고 했다면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일이다. 김상무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면서 `사회 안정망`을 말한 것이 잘못 전해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해명하고 있으나 기사의 전후관계를 볼 때 그런 해명만으로는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치에서 말하는 사회주의는 일반적으로 유럽 국가에서 보편적인 통치이념이 돼 있는 사회민주주의를 일컫는다. 사회민주주의는 공산주의의 오류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 기초한 정치이념으로,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관계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자유와 평화가 보장되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정치 이념이다. 고전적 의미의 사회주의는 생산수단의 공유와 중앙정부에 의한 계획경제를 기초로 하고 있지만 사회민주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유와, 계획의 분권을 인정하고 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이 아무리 급진적이라 하더라도 고전적 의미의 사회주의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한나라당의 서청원 대표가 노무현 정부의 성격에 대해 `좌파적 정권`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것이다. `사회당`과 `민주노동당`이라는 당명으로 대선후보가 나온 상황에서 `사회주의` 논쟁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이다. 어찌 보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민간단체에 문책을 요구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다. 이 같은 소모적인 논쟁은 자제돼야 하고, 이왕 논쟁을 하려거든 분명한 논거를 제시해 생산적인 논쟁이 되도록 하기 바란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관련기사



강동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