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년 인터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개성공단 일손 부족 상태, 투자 동결조치 풀고 통관 절차 완화 나서야"



中企에 자금 지원 앞서 불공정·불합리·불균형 3不문제 해소 더 절실

동반성장위와 긴밀 협조, 대기업 이행실태 점검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올핸 소프트랜딩 목표… 재고 상품까지 판매 노력


"남북 경협을 상징하는 개성공단은 성공했습니다. 물건을 더 만들어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합니다. 라인을 증설하려면 투자 동결조치를 풀어야 하고 모자라는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개성공단 밖에 기숙사를 짓는 문제, 통관 절차를 더 완화하는 내용 등을 정부가 앞장서 해결해줘야 합니다."

김기문(사진)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새해 벽두 중소기업중앙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여의도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김정일 사후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중소기업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자금 지원보다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이라는 이른바 3불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혹자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너무 많고 끝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중기중앙회장이 된 지 3년이 넘었지만 한번도 도와달라는 소리를 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도움을 바라기보다는 다만 불공정한 현실을 개선해달라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월가 시위나 중동의 재스민혁명은 모두 청년실업과 양극화 같은 부의 편중에서 비롯됐다. 우리 역시도 압축성장 과정에서 소외계층이 많이 생겨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대ㆍ중기 균형발전이 아니라 중소기업 일부는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거나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던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김 회장은 "IMF 외환위기 때 자신의 잘못이 아니고 대기업의 도산으로 연쇄도산을 맞은 중소기업과 같이 또다시 억울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도 "대기업보다 중기 자영업자에게 4~5배 수수료를 높게 받는 것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힘의 논리에 밀려 싸게 해준 수수료에 대해 소상공인한테 더 받아 메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회장이 강조하는 부분은 중소기업계에 더 큰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드러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해 선순환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내놓지 말고 제대로 가격을 책정해주면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연구개발(R&D)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용카드ㆍ백화점ㆍ은행 등 상대적으로 높은 3대 수수료 체계처럼 사회에 만연된 부분을 개선하자는 의미다.

김 회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전인 지난해 11월 4년 만에 개성공단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나빠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화해 제스처를 취하며 관계를 개선하는 부분이 없었던 점은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의 역할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김 회장은 "이제 북한 근로자들이 한국의 여느 공장 근로자들처럼 손발이 맞을 정도로 많이 안정됐다"면서 "남북 경협을 상징하는 개성공단은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애로사항으로 "라인을 증설하려면 투자 동결조치를 풀어야 하고 인력이 모자라 개성공단 밖에 기숙사를 짓는 문제, 통관 절차를 더 완화하는 내용 등이 절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리가 더 잘사니까 포용하기도 하고 북한도 조금 양보해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중기 현안으로 접어들자 김 회장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그는 최근 시범방송을 시작한 중기 전용 홈쇼핑을 모니터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주문자상표부착(OEM) 상품도 원산지를 모두 표시하도록 개선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홈쇼핑의 올 매출목표를 5,500억원 정도로 잡았는데 충분히 달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첫해는 소프트랜딩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회장은 "중기조합이나 중기중앙회 상품추천위원회를 가동해 선정된 상품을 우선적으로 팔 계획"이라며 "일반 홈쇼핑은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냉정하게 자르지만 우리는 자투리시간에라도 남은 재고를 팔아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중기 홈쇼핑은 중소기업 제품 의무비율이 80%여서 중기 제품에서는 적자가 나고 대기업이나 보험상품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투자비용이 있어 처음부터 수수료를 아주 낮추지는 못하겠지만 점진적으로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했지만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등에 있어 대기업과의 동반성장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과거 고유업종은 강제사항이었지만 지금은 대ㆍ중기 합의로 이뤄지는 데 동반성장문화가 잘 정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통상 약자가 부리는 몽니를 언제부터인지 대기업이 부리고 있다"며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진정성과 함께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대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와 동반위의 관계에 대해 김 회장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대기업의 이행 실태를 점검하는 등 실효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각자의 역할이 있으므로 우리 중소업계에는 대기업의 존재 가치를 절대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불발로 끝난 제4이동통신사업에 대해서는 "IST 및 SB 모바일의 주요주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제4이통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며 "우리는 통신요금 인하에 가장 큰 목적을 뒀는데 정부가 구상했던 것과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탈락한 입장에서 할말은 없지만 사업계획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과 대기업의 신의 없는 행동이 실패요인"이라며 "사업성에 대해 완벽하게 조율되기 전에 섣불리 재도전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중기중앙회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그 사이 1963년 1만9,000개에 불과하던 중소 광업ㆍ제조업체 수는 2010년 32만개로 약 17배나 늘어나며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우리나라 수출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성과도 이뤘다. 김 회장은 "어떻게 보면 영광이기도 하고 책임이 무거운 부분도 있어 말 그대로 감개무량하다"면서 "'도전의 50년, 희망 100년! 중소기업이 함께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희망을 여는 첫해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대해서는 "한ㆍ유럽연합(EU) FTA는 발효 후 유럽 상황이 나빠져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칠레와의 FTA에서 시장점유율 증가가 어느 정도 확인됐다"면서 "중국과 일본이 서두르는 것은 한미 FTA가 불리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협정에는 득과 실이 있는데 대기업만 이득을 보고 중소기업은 손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보완책을 확실히 마련하고 현실적인 부분을 잘 파악해 대응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득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화경영…사회공헌委 출범…사회적 책임 실천 앞장


중소기업들이 기존에 무한경쟁에서 생존하는 데만 집중했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필수가 됐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경영도 어느새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강조하는 것도 바로 문화경영이다. 그는 올 초 국악신년음악회를 열었고 문화예술단체와 함께하는 기부여행, '근로자 감성충전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문화경영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대기업들이 해외 클래식 공연을 수십년째 해왔지만 국악은 한번도 후원회가 없어 중기중앙회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상적인 송년회나 워크숍이 아니라 정부에서 70%를 지원해 직원들이 음악회에 참석하는 등 문화로 접목시키니 효과가 컸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소업계는 지난해 12월 사회적 책임 실천에 앞장선다는 측면에서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단순히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핵심역량을 사회 문제에 집중해 더 큰 시장을 창출하는 CSV(공유가치 창출)를 지향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앞으로 사회공헌위원회 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범중소기업계가 참여하는 중소기업사회공헌재단(가칭)을 설립하고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받아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문화 확산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중기중앙회 송년회는 예년처럼 술만 마시는 회식이 아니라 본부별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찾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는 향후 1사 1구좌 모금운동, 1회원 1시설 결연운동 등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김 회장은 "공단을 QWL(Quality of Working Life)로 이름을 바꾸는 등 중소업계를 위한 삶의 질 향상 노력으로 점차 프라이드도 쌓이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대기업에 당당하게 할말 하는 중소기업계 해결사


■ 김기문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맏형'인 중기중앙회의 수장답게 당당하게 정부와 대기업에 할말을 다 한다. 그만큼 중소업계의 위상도 높아졌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김 회장을 정말 제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2월 24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서 단독출마해 재선에 성공, 오는 2015년까지 회장직을 이어가게 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것도 참석한 대의원 362명 만장일치였다.

1955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지난 1982년 솔로몬기계공업에 입사한 후 1988년 국내 대표 시계 브랜드 로만손을 창업해 연매출 800억원대의 견실한 기업으로 키웠다. 2003년에는 피겨 요정 김연아가 애용해 유명해진 액세서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J ESTINA)'를 론칭, 꾸준한 성장을 일궈왔다. 2004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지낸 후 2007년 2월 제23대 중소기업중앙회장에 첫 출마해 당선됐다.

첫 임기 동안 김 회장은 부실 협동조합 80여개를 정리하고 200여건의 제도를 개선하는 등 강력한 업무추진력을 보여줬다. 특히 정부의 정책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상부에 전달하는 역할뿐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노란우산공제제도 도입, 중소기업 전용 TV 홈쇼핑사업자 확정, 기업형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유통법 및 상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며 중소기업이 원하는 현안을 앞장서 해결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중소업계의 해결사'라는 별칭도 따라붙었다.

이외에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위원, 감사원 정책자문위원, 국세행정위원회 위원장 등도 역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