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초일류 기업의 조건

얼마 전 부사장에서 승진한 한 대기업의 A사장은 주변에서 보내준 승진 축하 난을 직원들에게 유료로 분양했다. 가격은 1만원 이상이었다. A사장은 난 판매대금 100만원에 자신이 100만원을 보태 200만원을 만든 뒤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했다. A사장은 난 분양으로 100만원을 손해 봤다. 하지만 시가 20~30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난을 저가에 구입한 직원들은 연말에 선물 하나를 얻었고 사회복지시설도 A사장의 승진 덕에 기부금을 받았다. 홍보팀 직원이 이 사연을 사보에라도 싣겠다고 A사장에게 전화했다. A사장은 "누구에게 알리려고 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적극 고사하며 핀잔을 줬다고 한다. 연말과 새해를 맞아 기업의 불우이웃돕기 사례가 신문의 지면을 장식한다.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십억까지 기업들이 쾌척하는 돈의 단위는 크다. 기업시민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는 기업들의 모습이라 무척 보기가 좋다. 그러나 글로벌 초일류기업 도약 슬로건을 내놓고 있는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서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대기업은 매년 초 매출 목표 등을 제시하고 10년 후의 장기 비전을 만들어 내지만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장기 비전을 수립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데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표도 없어서다. 또 A사장의 사례처럼 사회공헌활동의 생활화도 아직은 낯선 풍경이다. 연말에만 해야 하고 거액을 기부해야만 하는 선입견에 빠진 듯하다. 새해에는 기업들이 매출목표를 제시하면서 영업이익의 0.01%, 또는 그 이하 금액이라도 일정수준을 기부활동에 사용하겠다는 아름다운 선언이 뒤따랐으면 한다. 바로 이 같은 모습이 대기업이 진정 바라는 글로벌 초일류기업이 아닐까. 멀리 보고 앞만 내다보는 기업이 아니라 뒤처진 사람과 사회를 배려할 줄 아는 기업과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한다. 꼴찌가 있기에 1등이 빛나는 것처럼 새해에는 '불편하고 소외된, 가진 게 없는' 우리의 이웃을 배려하는 초일류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