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자존심의 틀을 비집고

제9보(101~118)



백이 우변에 너무 깊이 들어갔다고, 잡힐 확률이 6할은 넘어 보인다고 검토실의 김성룡이 말했지만 그것은 쫓기는 백의 입장을 동정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사실은 잡힐 확률이 8할은 족히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전은 백이 당당히 중원으로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그렇게 된 것은 이세돌 특유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랭킹1위가 된 후로 이세돌은 자존심이 부쩍 늘었다. 이세돌이 5로 밀었을 때 조한승은 그곳을 외면하고 백6으로 시원스럽게 뛰어나왔다. 흑이 뒤늦게 7로 추궁했지만 백은 다시 그곳을 외면하고 8,10으로 우변과 상변을 정비했다. 흑이 얻어낸 것이라고는 흑15의 빵때림 하나뿐이었다. 우상귀는 잡히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흑이 너무도 밑진 거래를 한 것이 아닌가. "많이 밑졌지요. 백이 거의 형세를 만회한 느낌입니다. 물론 아직도 흑이 다소 앞선 형세긴 하지만 그 차이는 아주 미세합니다."(목진석) "흑이 속수를 눈 딱 감고 두었더라면 백이 절망적인 바둑이 되었을 겁니다."(김성룡) 애초에 흑5로는 7의 자리부터 두었어야 했다. 그런데 프로는 그런 자리를 찌르는 것이 속수이므로 여간해서는 그곳을 먼저 찌르지 않는다. 프로의 자존심이다. 랭킹1위답게 이세돌도 프로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 틈을 비집고 조한승의 우변 미생마는 기사회생한 것이었다. 만약 흑이 참고도1의 흑1로 먼저 찔렀더라면 그때는 백2로 받게 된다. 그리고 흑은 9까지로 우변 백대마를 잡게 되었을 것이다. 흑17로는 참고도2의 흑1,3으로 지키는 것이 정상이지만 흑17을 완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