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홈쇼핑 "디지털TV가 미워요"

지상파 사이사이 채널배치 불가능 "매출 빨간불"<BR>아날로그 홈쇼핑, 디지털 지상파 다음에 나와<BR>소비자 우연히 보는효과 사라져 시청률 하락<BR>"급변 미디어 환경 맞춰 새 비즈모델 개발해야"


지상파 사이에 끼어 고객을 유인하는 홈쇼핑 채널의 전략이 점차 바뀌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이 모(29)씨는 디지털TV로 바꾼 뒤로 TV홈쇼핑에서 물건을 사는 횟수가 확실히 줄었다. 예전엔 채널을 돌릴 때마다 지상파 사이에 낀 홈쇼핑 채널을 보면서 한달에 4~5번은 물건을 샀지만, 디지털TV은 홈쇼핑 채널을 볼 필요 없이 채널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예전엔 채널을 돌리다 나도 모르게 홈쇼핑을 보면서 물건을 사는 일이 잦았다”며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한 홈쇼핑을 보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구매도 줄었다”고 말했다. 케이블TV 홈쇼핑이 지상파 채널 사이에 끼어 소비자를 모으는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 보급이 확대된 디지털TV가 케이블과 지상파 채널을 사실상 ‘분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10년으로 예정된 케이블TV의 전면 디지털화와 맞물려 홈쇼핑사들의 전략도 일대 변혁을 맞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지상파 ‘낀 효과’ 사라진다=95년 케이블TV 출범 당시만 해도 각 케이블 채널은 전국에서 같은 번호로 나갔다. 그러나 2000년 각 지역케이블방송사(SO)들이 채널 편성권을 갖게 되면서 홈쇼핑 채널들은 앞 다투어 ‘S급 채널’(8, 10, 12번 등 지상파 사이에 낀 채널)로 진출했다. 홈쇼핑으로선 대부분의 시청자가 몰려 있는 지상파 채널을 돌릴 때 우연히 보게 되는 효과를 노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했고 SO는 홈쇼핑사에게 ‘S급 채널’을 내주며 받는 송출 수수료를 챙기며 공생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업계에선 홈쇼핑이 S급 채널 확보 여부에 따라 매출의 30% 이상이 좌지우지된다고 전한다. 그러나 최근 보급되는 디지털TV는 이런 ‘낀 효과’를 ‘무장해제’시킨다. 과거 아날로그TV는 전원을 켜면 2~82번 채널이 번호순으로 나왔지만, 디지털TV의 경우 디지털로 송수신하는 지상파 채널이 ‘DTV 6’ ‘DTV 9’ 등으로 나오고, 그 뒤로 2~82번까지 아날로그인 케이블 채널들이 나온다. 홈쇼핑은 지상파와 사실상 분리된 아날로그 채널에서 나오기 때문에 지상파를 보다가 우연히 보는 효과를 DTV에선 찾을 수 없게 됐다. ◇새 비즈니스 모델 개발해야=홈쇼핑의 가장 손쉬운 전략은 채널을 디지털화해 다시 지상파 사이로 들어가는 것이다. 케이블 업계가 밝힌 대로 2010년까지 케이블 채널이 HD급 디지털로 바뀐다면 가능한 일이다. 홈쇼핑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만 디지털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향후 홈쇼핑도 디지털로 바뀌면 S급 채널 효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디지털 케이블이 확대될 경우 채널 수가 대폭 확대돼 지상파에 낀 효과를 지금만큼 못 보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디지털 케이블TV의 경우 전원을 켜면 2~82번이 일렬로 나오지 않고, 곧바로 EPG(Electronic Program Guideㆍ전자 프로그램 안내창)가 뜬다. 채널을 리모콘으로 일일이 하나씩 넘기는 게 아니라 지상파, 홈쇼핑, 스포츠 등 장르별로 검색해 원하는 채널을 곧바로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채널에 부여된 번호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홈쇼핑 업계는 전통적 홈쇼핑 방송을 넘어 T-커머스(TV를 보다 리모콘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서비스) 등 새 비즈니스 모델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달리 TV를 보는 시청자는 소극적 소비자이기 때문에 신규 서비스에 대한 학습효과를 금방 기대하긴 어렵다. 신형범 GS홈쇼핑 부장은 “케이블 출범후 지금의 홈쇼핑 모델이 자리잡기까지 4~5년의 시간이 걸렸던 만큼 신규 서비스 역시 당장의 효과를 보긴 어렵다”면서 “업체간의 경쟁을 넘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려는 업계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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