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뉴욕도 흑인살해 백인경관 불기소… 인종갈등 새 도화선 되나

담배 밀매 40대 목졸라 숨지게해

경범죄자에 과잉 대응 비난 확산

美 전역서 인종차별 시위 격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대배심이 거리에서 낱개 담배를 팔던 흑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뉴욕은 물론 워싱턴DC, 캘리포니아주의 오클랜드 등 미국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재연됐다. 이에 따라 비무장 흑인 청년을 사살한 미주리주 퍼거슨의 백인 경찰이 불기소되며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불붙은 데 이어 인종갈등의 새로운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은 이날 흑인 에릭 가너(43)를 불법 담배 판매 혐의로 체포하다가 '목 조르기'를 해 숨지게 한 백인 경찰 대니얼 판탈레오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배심은 지난 7월17일 가너를 체포할 때의 동영상 분석과 사건현장 목격자 증언 청취 등 석 달간의 조사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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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보면 단속에 걸린 가너의 뒤로 한 경찰관이 다가가 그의 목을 감싸는 형태로 졸랐다. 천식환자였던 가너가 넘어진 채 "숨을 쉴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경찰들은 그를 제압해 수갑을 채웠다. 길바닥에 옆으로 누운 채 의식을 잃은 가너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뉴욕 경찰은 이 같은 목조르기 기법을 금지하고 있어 경범죄자에 대한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퍼거슨 소요사태를 부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 후 불과 열흘 만에 또다시 백인 경찰에게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면서 흑인 갈등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배심의 결정 소식에 사건 현장과 그랜드센트럴역·타임스스퀘어 등 맨해튼 곳곳에는 수십~수백명씩 시위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정의 없이는 평화 없다" "숨을 쉴 수 없다" "뉴욕 경찰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성난 시위대는 "정의가 없는데 무슨 (크리스마스) 트리냐"라며 이날 생방송될 예정인 맨해튼 록펠러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몰려가다 바리케이드를 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긴장한 뉴욕시 당국은 경찰 1,000여명을 동원해 시위를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이날 밤9시 현재 32명의 시위자를 체포했다. 이날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 방화나 약탈 등 퍼거슨시와 같은 소요사태는 재연되지 않았지만 맨해튼 곳곳의 교통이 마비됐다. 일부 시위대는 맨해튼의 웨스트하이웨이를 점거하기도 했다. 또 워싱턴DC와 오클랜드 등에서 시위자 수백명이 거리를 점거한 채 행진하는 등 퍼거슨 사태 직후처럼 산발적 시위가 미 전역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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