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뻔히 알고도… 나라곳간 뻥 뚫리나
환율 1000원 땐 나라곳간 2조 펑크■ 서울경제 '정부 시뮬레이션' 입수10원 떨어질 때마다 세수 1,400억씩 줄어정부·국회 알고도 방치… 빚내 재정 메워야 할 판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계속 떨어지는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까지 내려앉으면 올해 나라곳간에 무려 2조원 가까운 구멍이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내부분석 결과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나라의 세금수입이 1,400억원씩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정부와 국회가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기존환율을 1,130원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환율하락으로 정부 재정수지에 1조1,000억원을 초과하는 결손이 발생하면 비상자금인 예비비로도 막을 수 없다.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가로 빚(적자국채 발행)을 내야 할 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래 환율 수준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전망하면 (외환시장 교란 등)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예산안에는 전망을 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제신문이 7일 단독 확인한 기획재정부의 비공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가 10원 하락하면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감소해 1,400억원, 올해 예산안에 적용한 환율을 기준으로 하면 올 한 해 동안만도 1조8,200억원에 이르는 세수결손이 발생한다.
물론 환율이 떨어지면 정부가 재외공관 등에 달러로 지급하는 세출(재정지출)도 줄어 정부의 예산 펑크를 완화해준다. 하지만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세출은 417억원(외화예산 기준) 줄어드는 데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정부 비용이 줄어드는 폭(417억원)보다 수입이 줄어드는 폭(1,400억원)이 3.4배나 크다는 뜻이다. 그만큼 정부 재정적자는 늘어 국민의 부담을 키운다.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는 기획재정부가 실시해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등에 비공개로 보고한 내용으로 보고 시기는 지난해 11월 초 전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국회가 연말까지 두 달가량의 시간 여유가 있었음에도 문제를 방치했던 것이다. 한 재정 당국자는 "기준환율을 바꾼다고 해도 나중에 또 조정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대체로 그냥 두는 게 관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9년 예산안 처리시에는 정부와 국회가 막판에 기준환율을 수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