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화 강세 수출증대 호기다(사설)

일본의 엔화가 그동안의 약세기조에서 벗어나 강세로 돌아섰다. 엔화는 1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백15엔대, 16일 동경외환시장에서는 1백16엔대로 거래돼 엔저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4월말의 1백26.95엔보다 보름사이에 8.4% 정도가 올랐다. 외환관계 전문가들은 엔화가 점진적인 강세 흐름속에서 올 연말까지는 1백15엔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내년초엔 1백10엔대 이하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이같은 전망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미국에 투자된 엔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올 것이 확실시된데 따른 것이다. 또 미일통상 마찰을 우려한 일본이 흑자를 줄이기 위해 엔화강세를 유도하고 있으며 미국이 내년의 중간선거에 대비, 대일 무역적자를 더 이상 방치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이 인플레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경제가 안정되었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 ○엔고기조 당분간 지속될 듯 엔화의 강세는 우리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달말부터 수출산업이 호전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다 한동안 계속해서 곤두박질치던 주가도 엔화가 강세기조로 굳어지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무역적자는 한국경제의 가장 큰 현안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탓이다.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경기를 진정시켜 수입을 줄여야 하나 이것은 고통을 수반한다. 따라서 수출증대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이다. 수출시장은 경쟁상대가 있게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이 가장 어려운 상대다. 우리의 수출산업 구조는 철강·석유화학·반도체·가전·조선·자동차·섬유류 등 7대 상품의 비율이 전체의 70%에 달한다. 일본도 지난해 전체수출품 가운데 석유화학·일반기계·가전·반도체·자동차·철강등 6대 수출품이 54%를 점유했다. 그러니 수출시장에서 일본과의 격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은 작년 하반기부터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자 자동차·조선·기계류의 수출가를 크게 인하했다. 이 때문에 우리상품은 세계도처에서 크게 밀리기 시작, 결국 수출 부진으로 무역적자가 가중된 것이다. 우리는 지난 95년 유례없는 수출호황을 구가했다. 엔화가 92년 달러당 평균 1백26.6엔에서 95년 93.9엔으로 큰 폭으로 절상돼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이 그만큼 강화된 것이 주요 요인이다. ○환율정책에 보다 신축성을 일본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엔고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경영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이에따라 경쟁력을 잃어가는 품목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국내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만 생산하는 국제경영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상품은 해외에서 생산 수출, 세계시장 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정책이다. 일본기업들은 엔화가 달러당 80엔대까지 폭등했던 「초 엔고」를 경험, 엔고에 대비한 노하우가 풍부하다. 따라서 이번에는 과거보다 강력한 대응이 예상된다. ○경쟁상대 해외투자 일 기업 지난날 우리기업들은 엔화강세로 무역수지가 개선됐을 때 기술개발을 게을리하고 물량위주의 투자와 수출에만 열중했다. 그 결과는 엔화가치의 변동에 취약한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노정시켰을 뿐이다. 앞으로 엔화가 완전 강세로 돌아선다해도 이제는 예전과 달리 일본의 해외기지에서 생산된 제품들과 경쟁을 해야한다. 우리 기업들도 엔화가치의 변화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위해 중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쟁력이 없어진 분야는 과감하게 해외로 이전하는 등 국제경영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환율정책에도 신축성이 있어야 한다. 엔고가 최정점이던 지난 95년 4월 엔화는 달러당 79.75엔이었다. 엔저현상이 지속되면서 엔화는 1백27엔까지 떨어졌다. 무려 58%나 폭락한 것이다. 원화는 95년 달러당 7백74원이었으나 지금은 달러당 9백원대다. 환율상승폭이 겨우 15%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가 가격 경쟁력을 잃은 셈이다. 또 산업구조를 불과 열개도 안되는 주력 수출상품에 의존해서도 안된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착실한 육성을 통해 소재와 부품산업을 일으켜 수출상품을 다양화해야 한다.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가 한순간만 방심해도 수출경쟁에서 낙오하기가 십상인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일본뿐만 아나라 해외에 투자된 일본기업도 있다. 모처럼 찾아온 엔화 강세를 경쟁력 강화와 수출증대, 경제 살리기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