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13일] 올림픽이 만들어낸 부러운 명품

베이징올림픽 수영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12일까지 나온 세계신기록이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같은 기간과 비교해 세 배를 넘었다고 하니 신기록을 보는 즐거움까지 풍성한 올림픽이다.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선수들이 모두 영국 스포츠 브랜드인 스피도의 ‘레이저 레이서(LZR Racer)’를 입고 있었다는 점이 또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출시된 레이저 레이서는 0.01초를 다투는 수영 선수들의 기록 단축에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 수영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마린보이’ 박태환도 ‘레이저 레이서’ 원단으로 만든 반신 수영복을 입고 경기에 임했다. 베이징올림픽 최고 명품으로 떠오른 레이저 레이서는 스피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스피도는 아테네올림픽이 끝나고 새로운 수영복 개발을 위해 3년간의 사전조사와 치밀한 연구를 했다. 영국에 있는 연구소에서 세계적인 수영 선수 400여명의 몸을 3D 입체 패턴으로 측정했다. 공간 저항 테스트 부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항공우주국(NASA)과 연계해 수영복 표면 원단에 대한 60가지 이상을 테스트해 최상의 공간 저항력에 대한 데이터를 찾아내 수영복 제작에 활용했다. 발수 기능이 탁월한 초경량 소재, 기존 수영복보다 마찰력을 24%나 줄인 폴리우레탄 패널 등은 선수들의 스피드를 2% 정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스피도 측의 주장이다. ‘레이저 레이서’를 두고 혹자는 과학이 만들어낸 도핑이라고도 말한다.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과학의 힘을 빌린 것이 약물을 이용해 기록을 단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레이저 레이서를 통한 스피도의 성공은 부럽기만 하다. 지속적인 R&D를 통해 세계 최고의 명품을 만들어내고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올라선 스피도의 전략은 판매 실적에 급급해 제품을 생산하는 우리 스포츠 패션브랜드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랜 전통만이 명품의 덕목은 아니다. 목표에 따른 치밀한 R&D와 전략적인 마케팅 등은 새로운 명품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오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우리의 ‘마린보이’가 우리 브랜드의 신소재 수영복을 입고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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