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리왜곡, 한국경제에 경고음"

"경기 비관론 팽배로 자금수요 없어 발생 한것"분석<br>"콜금리 인하해도 재연…투자여건 개선으로 풀어야"

1년 만기 통안증권,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이 하루짜리 콜금리를 밑도는 ‘기현상’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한 단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를 끌어내리는 등 이미 시장이 ‘왜곡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에 콜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일시적으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될 수 있겠지만 장기금리가 급락하는 현상이 재연되면서 또다시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의 금리 왜곡현상은 금리정책으로 풀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은 단기 수급문제가 아니다”며 “시장의 향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는 한 장기금리가 낮아도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에 수요가 여전히 몰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이미 채권시장의 금리 기간구조가 깨져 금리정책의 실효성이 상실됐다”며 “현재의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경고음”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상은 금융기관이 자금중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안전자산으로만 몰리는 등 각 경제 부문의 문제들이 복합 작용한 것이어서 콜금리 인하로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자금수요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기업들의 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등 투자여건을 조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아 돈에 대한 수요가 없으면 또다시 막대한 자금이 고스란히 금융시장, 특히 채권시장에 고여 있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금리 왜곡현상은 시간을 두고 다양한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콜금리 인하 전망이 대세를 이루지만 콜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한 회의론도 많다. 전 연구위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문제가 아니라 장기금리의 하락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해도 뒤늦게 시장금리를 따라가는 꼴이 돼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기적 수요가 부추긴 시장금리 하락에 통화당국이 호응할 경우 향후 또다시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 한은조차 올 하반기와 내년의 물가상승 압력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지난 8월 콜금리 인하가 부적절했다며 “물가관리 여건이 악화돼 정작 콜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 통화정책의 일관성이 상실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 통화정책의 신뢰성 역시 훼손될 위험성이 크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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