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은행] 고금리 수신경재 재연

은행권이 막대한 재정자금 투입으로 정상화의 길에 접어들기도 전에 「고금리 수신경쟁」의 구태를 재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은 우대금리에 경품까지 제시하는 등 제살 깎아먹기를 자초하고 있는 실정이다.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합병은행을 중심으로 일부 은행들이 수신기반 확대를 명목으로 최고 2%포인트까지 금리를 올려주며 수신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빛은행의 경우 지난 1일부터 2개월간 한시적으로 정기 예·적금 가입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얹어주면서 암치료 보험을 무료로 들어주는 「한빛 넘버원 서비스」를 실시중이다. 이번 조치로 한빛평생통장에 500만원 이상의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을 드는 고객들은 3~6개월 짜리의 경우, 일반 이자 연 6%에 2%포인트를 보탠 연 8%를 적용받는다. 합병을 발표한 조흥과 강원은행도 지난 1월 한달간 합병기념으로 정기예금의 경우 1,000만원 이상의 고객에게 0.2%의 금리를 가산해주고 가계우대 정기적금에는 기존 이율에 0.5%포인트를 얹어주었다. 하나은행도 당초 지난해말까지 한시 판매키로 했던 「하나 보너스정기예금」을 지난달말까지 1차 연장한데 이어 2월말까지 재연장키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은행측은 이 상품이 『금리하락 추세 속에서 연 9.5%의 고금리를 만기까지 확정 지급하는게 특징』이라며 「고금리 수신」을 자랑하고 있다. 은행권의 고금리 수신경쟁은 경품제공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기업은행은 21세기 시장을 겨냥한 「밀레니엄적금」을 3일부터 5월말까지 한정 판매한다고 발표하면서, 6개월~1년미만에는 기존이율(7.0%)에 1.3%를, 1년짜리에는 기본이율 8.5%에 0.3%를 각각 가산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기업은행은 특히 개인 가입자에게는 문화상품권 등의 밀레니엄 경품(1만원~10만원)까지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이처럼 고금리를 내세우는 은행들은 일단 『개인고객 확보를 통해 잃어버린 수신기반을 되찾는다는데 의미가 있을뿐 외형경쟁에 기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은행들이 단순히 금리경쟁력만을 토대로 수신(외형)을 올리는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은행의 수신기반 확대가 금리만으로 이루어지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며 『서비스와 건전성의 우위를 토대로한 이른바 「소프트웨어 어드밴티지」를 통해 선진국형 수신기반 확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 떠밀려 대출금리를 내린 마당에 수신마저 단기간 기반확대를 위해 고금리를 내세울 경우 종국에는 은행권의 수지만 악화될 것』이라며 『특히 막대한 재정투입에 의해 살아난 은행의 경우 수지악화에 의해 또 한차례 부실은행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당국자도 『가장 낮은 금리로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게 진정한 우량은행』이라며 최근 은행권 일부에서 일고 있는 고금리 수신경쟁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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