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인터뷰] 오호근 기업구조조정 위원장

국내 기업구조조정 작업의 한축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두지휘해온 오호근(56)기업구조조정위원장. 그는 워크아웃 제도 출범 1년을 맞아 『워크아웃이 기업회생을 위한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잡게 한 것 자체에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吳위원장은 「제2라운드」에 접어든 워크아웃 작업의 핵심은 「문제기업에 대한 채무재조정 작업」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채권 금융기관이 아직도 자신들의 이익보전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다』며 채권단의 의식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워크아웃 협약이 연말에 소멸되더라도 제도가 아닌 관행으로서 자리잡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워크아웃 제도가 태동된지 1년을 맞았다. 일부에선 「부실기업의 연명수단」이란 비판이 잔존해 있는게 사실이다. 앞으로 5년후 워크아웃 제도가 어떻게 평가될 것으로 생각하나. ▲워크아웃 제도가 성공했는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잣대가 어디 있나. 대상기업의 몇 퍼센트가 살아났느냐는 척도가 될 수 없다. 워크아웃은 채권 금융기관과 기업이 자율적 협약에 의해 회생시키는 틀이다. 「제도」가 아니라 「관행」이다. 워크아웃 자체가 종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업회생」의 도구다. 다시말해 워크아웃의 성패는 채권단과 기업이 일관성 있는 원칙에 의해 관행으로 정착할 수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나는 것이다. -질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워크아웃이 악용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들어 대주주 또는 경영진에 의한 악용부분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원천적 문제들이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주식회사에 입각한 경영이 안된다. 모범적 틀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주주는 봉건시대의 지주와 같은 절대권력을 휘두른다. 대주주의 사고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채권단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채권금융기관들은 대상기업을 자기가 여신해준 주식회사로 보는게 아니라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려 한다. 채권단의 의식전환도 필요하다. -2차 채무조정 작업이 워크아웃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하고 있는데. ▲그동안 2가지 문제때문에 적절한 채무조정 플랜을 작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주주는 경영권을 수호하기 위해, 채권단은 단기적 처방에만 급급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실사기관인 회계법인들의 안이한 실사태도도 문제를 잉태시킨게 사실이다. 단기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회사의 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을 경우, 다시말해 회사를 살리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때는 과감히 채무재조정을 통해 살려나가야 한다. 2차 채무재조정 작업은 하반기 워크아웃의 중대과제중 하나로 이어나갈 것이다. -무리한 채무재조정 작업은 탈락시켜야할 기업을 살리는 우(愚)를 범할 수도 있는데. ▲이론적으로 탈락시켜야 할 기업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계속가치가 클 경우에는 살려나가야 한다. 현재 상황으로는 대부분 기업이 계속가치가 크다. 여기서 중요한게 금융기관들이 역할이다. 채무재조정 작업이 단순히 기존 대주주들에게 시혜를 주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주가 더이상 내놓을게 없을때는 「울며겨자먹기」로 지원을 해주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현재 워크아웃 제도가 안고 있는 미시적·단기적 문제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그동안 워크아웃 제도는 기업과 대주주들이 다투느라 시간을 다보냈다. 기업은 해보려고 하지만, 채권금융기관들이 사적인 이기심에 의해 작업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들어 채권단이 기업을 회생시킨다고 하면서 지나치게 고금리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일부 채권단은 대상기업에 은행출신을 보내 「보직관리」를 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워크아웃 들어왔다는 장점 없이 기업만 힘들게 하는 것이다. -상반기 추진했던 64대 계열의 추가워크아웃 작업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는데. ▲워크아웃 작업은 현재 재무구조를 튼튼히 해 미래의 조그만 충격에 흔들릴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일이다. 그러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이를 회피했다. 차후에 이들 기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연말에 워크아웃 협약이 끝나면 이후에는 금융기관들의 이해도출이 힘들어질 것이다. 그동안 시행해온 관행으로 은행 스스로가 워크아웃을 리드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힘들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워크아웃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일깨웠으면 한다. 내년쯤 워크아웃 협약을 다시 가동하자고 달려올지도 모른다. 심각한 과제다. -워크아웃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한 채권금융기관의 태도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위원장은 이 부분에서 장시간을 할애해 집중 강조했다) 기업의 대주주들은 매도당해도 할말이 없겠지만, 금융기관들도 이러면 큰일난다. 크게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채권단들은 채권자인 동시에 대상기업의 대주주다. 그러나 국내 채권단들이 대상기업이 내 회사라는 의식이 없다. 기업을 단순히 채권자에게 이자만을 내는 「상대방」으로만 인식한다. 주주로서, 채권자로서의 자세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단들의 군림하려는 자세도 심해졌다. 대상기업들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보다 은행을 상대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채권단들은 기업회생을 위한 순간에서는 동반자적 관점에서 애정을 가져야 한다. 하반기 워크아웃 작업은 채권단들에게 이 점을 집중적으로 심어주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대담 정경부 최성범 차장 정리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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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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