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땅' 아테네에서도 새 별들은 어김없이화려하게 떠올랐다.
그런가하면 세계를 호령하던 선수들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영광스럽게또는 쓸쓸히 고별 무대를 맞기도 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만리장성을 뛰어넘어 탁구 남자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신동' 유승민이 스타 탄생의 대열에 끼었다.
유승민은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하오를 맞아 6전 전패의 열세를 딛고 '88서울올림픽 이후 16년만에 한국 탁구에 금메달을 선사함과 동시에 세계 남자 단식의 강자로 우뚝 섰다.
또 무명이나 다름없던 `빤찌' 정지현(한체대)은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급 결승에서 지난해 크레테유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 로베르토 몬존(쿠바)을 연장접전끝에 3-0으로 누르고 우승, 효자종목 레슬링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해외 스타중에서는 마이클 펠프스가 유난히 돋보였다.
미국의 수영 신동 펠프스는 자신의 주종목인 개인혼영 200m, 400m를 포함한 6개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고 자유형 200m와 계영 400m에서도 동메달을 보태 단일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당초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어 신기원을 열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던 펠프스지만 어쨌든 올림픽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일본의 기타지마 고스케는 남자 평영 100m와 200m를 제패하며 88년 서울올림픽이후 처음이자 일본 수영선수로는 첫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키 178cm, 몸무게 71kg의 평범한 체격인 기타지마는 유연하면서도 힘이 넘치는영법으로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또 150㎝, 40㎏의 단신 마라토너 노구치 미즈키(일본)는 폴라 래드클리프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여자 마라톤에서 아테네의 폭염을 딛고 우승, 마라톤 강국일본의 명예를 드높이며 새 강자로 부상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남녀를 가리는 육상 100m에서 예상을 깬 남녀 스프린터들이새롭게 떠올랐다.
남자 100m에서 미국의 신예 저스틴 게이틀린(22)은 남자 100m에서 9초85에 피니시라인을 끊어 프란시스 아비크웰루(포르투갈.9초86), 모리스 그린(미국.9초87)을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1위로 골인해 탄환대결의 최종 승자가 됐다.
또 벨로루시의 무명 스프린터 율리야 네스테렌코는 여자 100m에서 24년 간 미국계 근육질 스프린터들이 지배해온 불패의 아성을 깨뜨리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네스테렌코의 국제대회 성적은 작년 파리세계선수권대회 400m 계주 7위와작년 세계실내선수권 60m 3위가 고작이었기에 육상계의 놀라움은 더했다.
니콜라스 마수는 페르난도 곤살레스와 짝을 이뤄 테니스 남자복식에 출전해 우승, 올림픽 출전 사상 108년만의 첫 금메달을 조국 칠레에 안긴뒤 단식 마저도 제패해 갑작스레 `영웅'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지존'의 몰락도 예외없이 있었다.
92년 바르셀로나와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50m와 100m를 연속 석권하며 수영자유형 단거리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알렉산더 포포프(러시아)가 이번에는 두 종목모두 예선에서 탈락해 프란치스카 알름지크(독일), 제니 톰슨(미국), 잉헤 데 브뤼인(네덜란드) 등과 함께 쓸쓸한 은퇴 무대를 맞았다.
바르셀로나와 애틀랜타올림픽 100m를 제패하고 허들에서도` 여제'로 군림해왔던게일 디버스(미국)도 쓸쓸히 영광의 뒤안길로 돌아서야 했다.
100m 허들에서 세계선수권을 3차례나 제패했던 디버스는 이번 대회 100m 허들예선에서 첫번째 허들을 넘기 전 테이핑을 한 왼쪽 발목을 움켜쥐며 트랙에 주저앉아 결승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무려 7회 연속 올림픽에 나선 '비운의 흑진주' 멀린 오티(슬로베니아)는 육상여자 200m 준결승에서 채 50m를 못 가 다리를 절룩거리다 레이스를 포기했고 올림픽 4연패를 노리던 그리스의 역도 영웅 아카키오스 카키아스빌리스(95㎏급)는 실격패를, 피로스 디마스(85㎏급)는 동메달에 그치며 쓸쓸히 퇴장했다.
이외에도 일본 유도의 간판으로 활약하던 100kg급의 이노우에 고세이는 확실한금메달 후보라는 예상을 뒤엎고 8강전에서 탈락했고 배드민턴의 라경민은 세 번째올림픽 출전에서도 금메달과의 인연을 맺지 못하고 동메달에 만족한 채 마지막 무대를 떠났다.
한편으로 `아름다운 노장'들의 선전이 올드팬들을 즐겁게 했다.
캐나다의 로리-앤 뮌저(38)는 여자 스프린트에서 15세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선수들을 따돌리고 이번 대회 조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23세때 사이클 국가대표가 된 뮌저는 94년 경기 도중 치명적인 쇄골 골절상을당한 데 이어 99년 산악자전거 훈련 도중 부상하는 등 숱한 시련 끝에 15년만에 금빛 환희를 누렸다.
일본의 야마모토 히로시(42)는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노익장'을 과시했고,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5번째 올꽁효?출전한 스웨덴의 얀 오베 발트너(39)는 탁구 단식 준결승까지 올랐다.
또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중국의 왕이푸(44)는 금메달을 획득, 2차례나 은메달에 그쳤던 징크스를 불혹의 나이에 털어내는가 하면 여자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인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테니스 복식에 처음으로 출전, 8강에서 떨어졌지만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보여줬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