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위기 봉착한 금융자본주의


외신에 뜬 한 장의 사진이 확 눈에 들어왔다. '탐욕'과 '거짓우상'이라고 쓰여있는 황금송아지 모형을 들고 뉴욕의 성직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상으로 신봉했던 금송아지를 과감히 부숴버렸던 상황을 패러디한 것이다.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경제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다. 그동안 인류에 풍요를 가져다 준 우상이 마치 거짓으로 들통나 버린 듯한 분위기다.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를 모토로 4주 전부터 시작된 반(反)월가 시위가 폭력적 양상까지 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 금융자본의 탐욕과 부패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럽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 시위는 당분간 잠잠해지지 않을 분위기다. 뉴욕뿐 아니라 동부의 보스턴 서부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25개 도시에서 금융권 개혁과 빈부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동조시위가 열리고 있다. 양극화에 대한 분노 폭발 특히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시민 중 일부가 도심에 위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갑자기 난입하는 등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시위는 국경을 넘어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로도 번지고 있고 일본과 호주, 유럽 등지에서도 유사한 시위 계획이 감지되고 있다. 대한민국도 이제 무풍지대가 아니다. 대학생ㆍ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시위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월가 시위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그리고 이에 따른 실업증가 등 미국인의 좌절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산업을 겨냥하고 있다. 이른바 '1%의 탐욕과 부패를 99%가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자율과 경쟁 자본의 논리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부의 편중을 초래해 양극화를 가속시켰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월가를 '살찐 고양이'로 비난하면서 "시위대의 분노는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이 같은 일련의 시위는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따라 그 진행 속도와 파급력이 과거와는 엄청나게 다르다. 바로 소셜네트워크의 위력이다. 유튜브를 통해 세계 각국에 중계되고 페이스북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수십만명을 자발적으로 시위대로 끌어들일 수도 있는 힘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시위가 확산되면서 참가자가 대학생을 넘어 여러 연령대와 직업군을 망라하고 요구사항도 교육이나 의료, 마약 등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갖고 있다. 지난 1920년대 대공황 등 세계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자본주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를 극복해왔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이 와중에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자본주의 진일보 할 기회 최근 방한한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위르겐 코카도 "세계가 지금 직면한 금융자본주의 위기와 이에 따른 반월가의 시위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또 한번 개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시스템 규제 강화, 대마불사(大馬不死)와 같은 반자본주의 관행을 없애면 위기의 자본주의는 다시 진일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밝혔다. 이번 기회에 금융산업이 위험한 투기를 통한 일확천금보다는 경제 주체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개혁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믿을 것은 99%가 신뢰할 수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1%들이 주축이 돼 다시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 기간은 결코 짧지는 않을 듯하다. 그동안은 99%는 불황의 그늘 속에서 쉽지 않은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은 반월가 시위대의 피켓에 써 있는 문구인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진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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