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잉그라운드 주변에는 유독 말귀 어두운 ‘사오정’이 많다(?)‘ “페어웨이 오른쪽은 OB구역이니까 가운데 벙커 왼쪽을 보고 치세요. 벙커까지는 300야드나 되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첫번째 플레이어가 티샷을 하고 나면 거의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다. “이 홀은 어디 보고 쳐야 되는 거야?” 또는 “벙커 넘기려면 얼마나 보내야 되지?” 하는 질문이다. 그린에 올라가서도 비슷한 위치에 볼이 놓인 동반자에게 설명할 때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정도는 들어두면 될 것을 꼭 되물어 확인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아무리 이용객에게 서브 하러 나온 캐디지만 홀마다 이런 식이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똑같은 말을 두세 번씩 반복하게 하면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반자 입장에서도 딴청을 피우다 되묻는 사람에 대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자꾸 되풀이되면 짜증스럽게 된다. 주위가 산만하다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듣지 못했다고 다시 물어보는 사람보다 더 나쁜 경우는 분명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듣지도 않고 있다가 실수 하고 난 뒤 미리 일러주지 않았다며 캐디를 나무라는 행동이다. 예컨대 “슬라이스가 잘 나는 홀”이라고 이야기할 때는 휴대폰 통화에 열중하고 페어웨이 중앙을 겨냥해 오른쪽으로 OB를 내놓고는 화를 내는 경우 등이다. 캐디도 조력자요 동반자다. 다 내 골프 잘 되라고 하는 설명이다. 잘 듣지 않다가는 스코어도 버리고 라운드 분위기도 망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