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국 인건비 상승 여파에 국내 봉제사 몸값도 껑충

두달새 월급 20% 올라 웃돈 주고 스카우트까지<br>의류업체들도 속속 U턴 관련업계 오랜만에 활기<br>품질경쟁력 제고 위해 원산지표시제 강화<br>"일감 안정적 수주 기반 마련해야"



영세한 봉제업체가 많이 몰려 있는 서울 창신동. 요즘 이곳을 지나다 보면 곳곳에서 '미싱사ㆍ시다 구함'이라고 적힌 구인 안내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봉제업체 사장은 "봉제골목을 뒤져봐도 74년생이 가장 나이가 어릴 것"이라며 "올 들어 월급을 7%나 올렸지만 일할 사람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역이나 기술수준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2년 전 130만~140만원이었던 봉제사 월급(최고기술자 기준)이 160만~180만원까지 올랐다고 보고 있다. 국내 봉제산업이 중국 인건비 상승의 여파로 봉제사 몸값이 뛰어오르고 일감도 많이 늘어나면서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 중국에 밀려 붕괴됐던 국내 봉제산업이 10년 만에 부활을 꿈꾸게 됐다는 관측마저 나올 정도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기업들의 임금이 줄줄이 오르자 생산단가 측면에서 한국 업체의 경쟁력이 살아나면서 소량 단품주문을 중심으로 한국을 찾는 봉제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말부터 비교적 생산단가가 낮은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달 초에는 60여명의 중국 의류업체 관계자 등 바이어들이 동대문을 찾아 봉제 분야의 신규주문 의사를 타진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의정부의 니트 가공업체인 금원섬유도 최근 거래처가 중국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받아 지난해 이맘때보다 일감이 20%가량 늘었다. 과거에도 중국에서 납기를 지키지 못하는 물량을 떠안은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납기 문제가 아니라 단가를 이유로 일감이 넘어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용환 사장은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개당 봉제단가가 500원 차이로 좁혀졌다"며 "여기에 유통비용까지 감안하면 중국과 한국의 생산단가 차이는 사실상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10년 사이 덩치를 키운 중국 봉제업체가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물량만 선호하면서 소량주문에 높은 단가를 요구해 한국산 공급물량과의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여기다 완성의류 업체 등 중국으로 이전했던 봉제수요 업체들이 국내로 U턴하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구로지역만 해도 전체 20여개 모피업체 중 2003년께 중국에 진출했다가 최근 되돌아온 업체만도 약 10군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같은 갑작스러운 물량증가를 뒷받침할 만한 봉제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국내 봉제인력은 10년 전만 해도 약 30만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10만명 내외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을 전후해 국내 봉제업이 붕괴되면서 직원들이 빠져나간데다 젊은 층의 신규유입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류산업협회가 지난해 실시한 봉제업 실태조사 결과 전국 봉제인력의 77.2%가 40~50대이며 20~30대는 16.8%에 머물러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마다 어느 정도 경력을 갖춘 봉제인력을 구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구로에 위치한 한 피혁봉제 업체는 두달 전 월 200만원을 주고 채용했던 가죽봉제 직원을 최근 240만원에 재고용했다. 최근 주변에 새로 들어선 경쟁업체가 20만원을 얹어주면서 스카우트해갔던 직원을 다시 붙잡기 위해서다. 업체 사장은 "가뜩이나 숙련공이 부족한 터에 최근 중국 쪽의 일감도 늘어 20만원을 더 주고서야 직원을 부를 수 있었다"며 "두달 사이 연봉이 20%나 올라간 셈"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일감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에 머무를 수 있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석수일 시월인터내셔널 대표는 "최근 일감 증가는 베트남ㆍ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중간단계에서 한국에 피난처처럼 머무르는 것"이라며 "이미 국내 생산기반이 사라진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일감이 있을 수는 없어 오히려 국내 업체의 생산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봉제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영세한 봉제업체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인건비. 4대 보험의 경우 업체와 직원이 절반씩 지불하는 만큼 직원들은 실질적인 임금하락, 업체는 비용증가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실제로 봉제업체의 89.1%가 4대 보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사업장 등록조차 하지 않거나 등록 여부를 밝히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의 강점인 품질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원산지표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산 봉제의류가 국산으로 둔갑하거나 아예 원산지표시가 되지 않은 채 거래되는 만큼 명확한 원산지표시를 통해 고가의류 일감을 안정적으로 국내에 수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병태 동대문의류봉제협회 회장은 "업체들은 현재 탈북자나 다문화가정ㆍ장애인 등 틈새인력을 활용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정부도 봉제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4대 보험이나 퇴직금 문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봉제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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