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거품 불황/권구찬 산업1부 기자(기자의 눈)

「값이 싸면 팔리지 않는다?」의류메이커들은 가격이 낮으면 수요가 늘어난다는 경제원리가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의류업체들은 「30만원인 옷에 50만원짜리 가격표를 붙이면 안팔리던 옷도 잘나가는게 현실이다. 옷값이 싸면 희소성의 가치가 없어지고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다」는 논리를 편다. 의류업체의 고가정책은 소비자의 허영심리에 편승한 얄팍한 상혼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최근 유통업계가 불을 당긴 가격파괴의 열풍은 무선전화와 휘발유·자동차등 제조업분야에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백화점에는 하루가 멀다고 고가의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한 백화점은 한벌에 2백50만원하는 남성정장을 직수입, 판매하고 있다. 옷값에는 재고처분할 때 감수해야할 손실까지 미리 계산돼 상당한 거품이 배여있는게 사실이다. 문제는 옷값의 거품이 재고를 초래하고 연이어 세일과 할인·재할인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불황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의류업계는 올 여름상품을 지난 4월말부터 일찌감치 선보였다. 재고가 쌓이자 신제품이 나온지 1개월 후인 지난 5월말부터 30%가량 일제히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나아가 지난 4일부터 백화점 세일이 시작되면서 일부 메이커들은 또다시 가격을 30% 내렸다. 이러다보니 소비자들은 옷값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다. 정상가격에 옷을 사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업계 역시 조기상품출시­조기세일­재고누적­신상품개발­조기상품출시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옷은 비싸야 팔린다는 환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의류메이커였던 논노가 침몰한 것은 무리한 사업추진이 화근이었지만 세일남발에 따른 이미지관리 실패도 한몫했다. 다행히도 일부에서는 가격거품을 빼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할인점용 브랜드 개발등 거품 해소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욱이 얼마 못가 내릴 가격을 왜 처음부터 적정가격에 판매하지 않는지 의류업체들의 이상한 관행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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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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