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본지 창간39돌/정계개편] 신뢰부터 회복하라

요즘 한국정치는 마키아벨리가 놀랄 정도의「권모술수의 정치」가 난무하고있다는 낮 부끄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 DJP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내각제 개헌 정치 계약서」까지 발표하고, 대선 토론 방송에 나와 약속을 파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그 맹세는『사정이 변경되어서』라는 한 마디에 사라지는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그 말을 믿고 표를 찍었을 139만명 이상의 유권자들은 농락당한 기분일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국민회의는 거창한(?) 「신당」창당을 준비하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까지 민주산악회 재건을 선언하며 정치재개를 위한 몸부림을 치는 등 현재 정치권의 탐욕과 권위주의는 극치를 보여주는 듯 하다. 역시 한국 정치에 있어 국민은 여전히 봉이고, 정치 지도자들의 약속은「역 시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소수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구도를 하루아침에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정치수준이다.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자랑하며 출범한 「국민의 정부」가 1년 반만에 공동여당인 자민련의 신당 참여까지 일단 접어둔 채 「신당」으로 치닫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내년 총선」이라는 이해관계 때문일 것이다. 말로는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전국정당을 만들고, 새로운 젊은 인사들을 영입해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하지만 그 내면은 2000년 총선에서의 승리외에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해방이후 50여년 동안 무려 80여개의 정당이 만들어지고 소 멸했다. 혹자는 이것을 빗대어 『민주주의를 정당 창당과 합당의 횟수로만 가 늠한다면, 한국은 아마 세계에서 1등 민주국가에 속할 것이다』라고 비판하기 도 하였다. 이처럼 우리나라 정당의 생성은 그 상당수가 집권세력의 「국면돌파」또는 「야당파괴」등 권력연장과 강화를 목적으로 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당은 정치적 이상과 정책을 공유하는 집단이지 「한시적 선거연합」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정치인들은 이념과 정책은 별로 상관없이 오로지 당선에 유리한 정당에 불나방처럼 모여들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지고 그들은 구태의연한 선거연합을 새로운 정당, 신당이라는 등의 허울좋은 포장으로 국민을 현혹하여 왔다. 현재 집권여당인 국민회의가 추진하는 「신당」은 국민의 뜻은 커녕 소속 당원들의 당론도 제대로 묻지 않고 권력 상층부의 전단에 의해 하향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한시적 선거연합」의 정치형태가 바로 지난 50년간 이익집단의 정치참여를 배제하고 지역사회와 직장 등 밑으로부터의 대중 참여 정치의 기반을 제거해온 한국정치 체제의 귀결인 것이다. 기득권의 이익을 옹호하고, 지역주의를 선동하면서도 국민의 이익을 옹호한다고 강변하는「정당 아닌 정당」을 지겹게도 보아 온 우리의 인내심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회의가 정치의 신뢰와 도의를 조금이라도 중시한다면 제도권 정당의 정책부재, 1인 보스중심주의, 당리당략주의 등 산적해 있는 정치개혁을 성실히 추진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쌓는 최선의 길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정치권에게 「신뢰는 쌓기는 어려워도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현 시점에서 되새겨 보길 진심으로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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