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유·반도체·해운업계 ‘환차손 비상’

◎원자재 해외의존도 높고/설비투자비 상환본격화/물가불안까지 겹쳐/경영수지 악화 예상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원화환율의 가파른 오름세로 정유, 철강, 반도체, 항공, 해운 등 국내 주력업계가 환차손 비상이 걸렸다. 이들 업종은 원자재의 해외의존도가 높은데다 올해초까지 대규모 설비투자를 마무리하고 투자자금 상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원화환율이 급등함으로써 직접적인 환차손 외에도 원가상승과 물가불안까지 겹쳐 경영수지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동남아 지역국가들의 통화불안과 기아사태 등에 따른 금융불안 마져 겹쳐 업계는 올해가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환율이 올라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 보다는 채산성 악화가 더욱 우려되고 있으며 하반기와 내년도 경영계획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원화 환율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원료인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정유업계. 정유업계는 원유를 도입한 후 3∼5개월 정도 늦게 대금을 지불하는 연지급수입채권(유전스)을 활용하고 있는데 환율이 인상될 경우 그만큼 적자로 직결된다. 정유업계의 상반기 유전스 잔고가 70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경우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10원정도 오르면 휘발유와 등·경유 등의 원가상승분은 ℓ당 2원에 달할 전망. 때문에 지난 2∼3년간 단행된 대규모 설비투자비 상환액에 따른 환차손 등을 감안하면 휘발유값은 ℓ당 5원 내외의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 올해 국내 반도체 3사의 수출액은 85억달러에 달할 전망이지만 원자재 수입액이 9억달러, 반도체 제조장비 구입에 따른 외화수입액이 1백20억달러에 달해 차액인 45억달러에 대한 환차손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품목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철근의 경우 수출비중은 7%에 불과한 반면 원재료인 고철은 소요량의 30%를 수입하고 있어 환율상승은 수지악화로 직결된다. 항공기와 선박 등을 대부분 외화로 구입하고 있는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도 환차손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의 경우 최근 세계 해운업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 2∼3년간 5천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을 대거 들여와 외화상환 규모가 커 앞으로 환차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 및 외상구입대금을 감안할 경우 환율이 달러당 10원 오르면 1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대우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달러당 환율이 9백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기업의 환차손 규모는 총 3조8천억원에 달해 환충격이 기업경영에 최대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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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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