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상 최대규모의 M&A(기업 인수·합병)로 기록될 기아와
아시아자동차 국제입찰 결과에 대한 공식발표가 임박함에 따라
누가 새주인이 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와 대우, 삼성, 포드 등 이번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배점이
가장 큰 부채탕감액을 비슷한 수준에서 제시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느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됐다」는 식의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3차 입찰은 1~2차때와 달리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어
낙찰자 확인은 오는 19일 공식발표 때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여
낙찰 결과에 대한 관심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입찰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이종대(李鍾大) 기아자동차사장은 『1~2차때와
같이 공식발표일에 앞서 낙찰결과가 유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낙찰자는 정확히 19일 오전 8시 30분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10명으로 구성된 3차 기아입찰 평가단과 BNP(파리국립은행)와
앤더슨컨설팅 등 입찰대행기관은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기아자판
연수원에서 외부연락을 완전히 차단한 채 평가작업을 진행중이다.
◇대우는 정말 다크호스인가=예상과 달리 대우가 유력인수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추론은 대우가 7조원대의 부채탕감을
요구한 다른업체와 달리 6조원대를 제시, 가장 높은 평가점수를
얻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부터.
실제로 대우는 한달전부터 전산망 통합작업을 은밀하게 진행시켜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포드의 웨인부커 부회장이 낙찰자 발표를
앞둔 이번 주말이나 낙찰자 발표 직후인 다음주 초 대우
김우중(金宇中)회장과 회동약속이 잡혀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우
유력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탕감대상 부채는 9조 56억원=응찰자들이 탕감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대상부채는 기아와 아시아의 총부채인 12조8,000억원이
아니라 9조56억원이다. 채권단은 3차입찰에 앞서 기아와 아시아의
총부채 중 공익채권, 상거래채권 등을 부채에서 제외시켜
기아자동차는 6조4,841억원, 아시아는 2조5,215억원 등 총
9조56억원을 응찰자들이 상환해야 할 액수로 조정했다.
◇포드는 탈락후에도 여전히 변수=포드자동차는 이번 입찰에서
탈락하더라도 기아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추측이다. 감자되는 바람에 대주주 자격을
상실했지만 기아의 새주인은 기아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포드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드는 이미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나오는 아벨라 후속모델 B-III를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
생산)으로 공급받기를 희망하고 있어 경영정상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드도 기존 소형차 공급기지인 기아에서 떠날
경우 새로운 기지를 찾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인수업체가 포드와
새로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주목받는 부채탕감 외의 세부평가 기준=4개사가 모두
6조원~7조원대의 부채탕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장
배점이 큰(35점) 부채상환조건 부문에서 큰 점수차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예상외로 부채상환조건 이외의
평가항목에서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차입찰의 평가배점은 부채상환조건이 35점으로 가장 높지만
응찰가 15점, 장기 캐쉬플로우 10점, 경쟁력제고 및 장기발전
기여도 15점, 고용 및 수출 등 국민경제 기여도 25점 등에서도 큰
격차가 날 수 있다. 부채상환조건이 비슷하다면 다른
평가부문에서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분석은 특히 각사의 부채탕감 요구액 격차가 컸다면
낙찰자는 제안서를 개봉하는 즉시 가려내게 돼 낙찰자 발표가
12일 응찰마감 후 2~3일안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계속 발표가 늦어지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승량·박형준·우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