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학 용어중에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말이 있다. 이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 생각해 낸 가설로 이후 과학자들이 "북경에 있는 나비 한마리의 날개 짓이 다음달 미국 뉴욕에 태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 말하자면 자연계에서 아주 작은 원인이 결국은 커다란 결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예컨대 공기속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공기흐름과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공기의 흔들림은 사람의 움직임이나 자동차에 의해서도 생기고 심지어 나비의 가벼운 날개 짓에 의해서도 발생되지만 대부분 곧 없어진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증폭되어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나비효과는 자연계에만 국한된 것일까? 사회현상에서도 그러한 예는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개인에 있어서는 건강검진시 알콜성 지방간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건강을 과신한 나머지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과음하여 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모 중소기업이 과거에는 컴퓨터를 통해서만 활용할 수 있던 MP3(고음질 오디오 압축기술)를 휴대용으로 개발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유수의 전자업체들은 그 시장성을 과소평가하고 안일하게 대처하여 크게 시장잠식을 당한 후에야 허겁지겁 휴대용 MP3시장에 뛰어 들었다가 특허권 침해 분쟁까지 간 경우가 바로 그런 예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얼마 전 중국에서 사스(SARS)가 처음 발병했을 때에는 대부분 한마리 나비의 가벼운 날개짓 정도로 여겼지만 그 환자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자 이제 모든 국가가 비상사태에 처하게 되었고, 각 국의 수출ㆍ관광ㆍ항공산업이 심대한 타격을 받는 등 커다란 태풍으로 돌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서 변화의 속도는 한층 빨라지고 나비효과는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디지털과 매스컴 혁명으로 정보가 초고속으로 흘러다니면서 지구촌 한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세계로 확산되어 태풍이 되고 있으니….
이제 세계도처에서 발생되고 있는 일들을 두눈 크게 뜨고 살펴서 아무리 작고 사소한 나비 날개 짓이라도 놓지지 않도록 미리미리 대응해 나가야 훗날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배영식(신용보증기금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