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멸 위기감에 내분 봉합되나

한나라당의 내홍 사태가 하루 새 반전을 거듭하며 소용돌이치고 있다. 최병렬 대표가 서울을 떠나 장고에 들어가면서 당권은 진공상태가 됐다.빈 공간에 소장파 중심 `구당모임`은 물론, `영남중진모임` 등 우후죽순 생겨난 새 계파가 들어서면서 사태는 복잡한 무늬를 띠었다. 이들의 세대결로 당이 더 깊숙한 혼란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한때 나왔다. 하지만 밤까지 각종 모임이 거듭되면서 해법은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제 2 라운드에 접어든 것이다. 이날 계파 모임의 시발은 이상배 안택수 김용갑 등 영남지역 의원 34명의 오찬 회동이었다. 참석자들의 면면 때문에 당장 "친 최(崔) 그룹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태를 주도해온 `구당모임` 측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영남 중진들은 최 대표의 실권(失權)을 기정사실화하고 `비대위&agrave;선대위 구성`을 통해 대표의 권한을 넘겨받자는 시나리오에 합의했다. 소장파의 긴장감은 풀렸다. 당 분열을 막을 최소한의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는 수습방안이 문제였다. 구당모임은 전당대회 소집을 추진하고 있는 데 비해, 영남중진 모임은 "전대는 현실적으로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시 전대 개최를 놓고 충돌을 빚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구당모임은 오후 들어 전체회의를 갖고 요구 수위를 한단계 낮췄다. 이재오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26명은 "전당대회 소집은 일단 미정으로 남겨놓고 먼저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뒤 선대위 발족으로 갈 지, 새 지도부 구성으로 갈 지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의 거취에 있어서도 "정치적으로는 즉각적인 퇴진"이라면서도 "최 대표가 법적으로 즉시 퇴진할 지, 역할이 주어질 지는 추후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최 대표 즉각퇴진, 전당대회 소집`이라는 기존 요구를 관철시키기엔 현실적인 벽이 두텁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구당모임에 동조하던 강재섭 의원을 중심으로 한 TK의원 11명도 이날 밤 모임에서 조기전대 개최가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최대표의 거취는 `향후 선대위를 소집하면서 의사봉을 두들기는 역할은 맡기되 그 이후엔 뒷방에 앉힌다`는 정도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인 당의 진로는 20일 의총등을 통해 논의될 비대위에 맡겨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날 열린 각종 계파모임이 근원적으로는 `포스트 최`의 빈 공간을 선점하려는 당권 경쟁의 성격도 있어 분란이 확산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결정을 미루고 있는 최 대표의 거취도 아직은 변수로 남아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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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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