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긴축이냐 성장이냐… 獨·佛 정면충돌

■유럽선거 후폭풍<br>메르켈 "신재정협약 재협상 절대 없다" 선언에<br>IMF·美는 "성장도 병행을" 올랑드에 힘 실어줘<br>양국 16일 정상회담서 합의점 찾을 가능성 높아

최근 유럽 선거에서 반(反)긴축 바람이 거센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독일과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 당선자의 프랑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법을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특히 이들 진영은 유럽연합(EU) 신재정협약 재협상과 유로본드(유로존 공동채권) 발행 여부를 두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양국은 각각 '성장'과 '긴축' 진영을 대표하고 있어 이번 격돌 결과에 따라 유로존의 운명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신재정협약ㆍ유로본드 놓고 독ㆍ불 격돌=일단 일격은 메르켈 총리가 먼저 날렸다. 그는 올랑드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신재정협약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최근 유럽 내부에서 긴축정책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자 메르켈 총리는 성장도 중시하는 듯한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으나 신재정협약에 대해서는 양보 불가 입장을 공언한 것이다.

이날 독일 중앙은행도 "재정협약이 유로본드와 같은 공동 채권 발행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며 유로본드 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신재정협약 재개정과 유로 본드 발행은 올랑드의 핵심적인 성장 관련 공약인데도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올랑드 역시 순순히 물러설 리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올랑드 당선자가 오는 15일 대통령 취임식 직후 16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동에서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과 프랑스가 이처럼 대립각을 세우며 평행선을 달릴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첫 정상회담이 양국 간 관계를 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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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ㆍ미도 '긴축ㆍ성장 균형' 촉구 동참=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도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긴축과 함께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올랑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7일 스위스 취리히대 연설에서 "유럽이 재정적자를 매우 점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정적자의 가파른 감축은 성장을 더디게 하며 저성장으로 고통 받는 국가가 타격을 입는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제이 카니 대변인을 통해 "유럽이 채무 위기를 극복하려면 긴축과 성장 촉진 노력 간에 균형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올리 렌 EU 통화ㆍ경제담당 집행위원은 7일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의 재정적자 감축 목표와 관련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감축 목표 설정과 이행 평가 등과 관련해) 집행위원회가 실시하는 경제 분석에서는 해당국에서 진행되는 경제적 여건이 고려된다"고 말해 스페인의 경제 여건상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상황을 인정해줄 수 있음을 암시했다.

◇한발씩 양보해 합의점 찾을 가능성 높아=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당선자가 회동하기 전까지는 기싸움을 벌이겠지만 막상 만난 자리에서는 합의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강경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지만 이는 상대 측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전략일 뿐 공식ㆍ비공식 채널을 통해 사전 접촉을 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이 프랑스 새 정권과 실용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메르켈 총리가 신재정협약 재협상 불가 방침을 밝힌 만큼 성장협약을 여기에 첨부하는 방식으로 독일이 양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랑드 당선자 역시 좌파 포퓰리스트적 색채를 벗고 실용주의 노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에릭 샤네이 악사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로서는 가능한 한 독일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그가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16일 회동에서 신재정협약에 첨부할 성장협약의 초안을 마련하고 다음달 EU 정상들이 비공식 회의를 열어 이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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