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가즈 광장은 말을 탄 근위병 교대식이 열리는 장소로 사열식이 진행되는 동안 런던 도심의 그린파크와 런던타워에서는 41발의 예포가 발사되고 근위사단 군악대의 트럼펫 연주가 울려 퍼졌다.
환영식이 끝나자마자 박 대통령은 여왕 내외와 함께 6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왕실마차에 탑승, 버킹엄궁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대통령은 “한영 수교 130주년이자 여왕의 대관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에 여왕의 국빈 초청으로 영국을 방문한 데 대해 감사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여왕은 “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으로 영국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양국 간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여왕은 또 “버킹엄궁 체류기간 중 아무 불편함 없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여왕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했고 이 자리에는 앤드루 왕자와 에드워드 왕자, 앤 공주 내외 등 양국 주요 인사 50여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여왕이 국빈 방문한 외국 국가원수에게 수여하는 ‘바스 대십장 훈장’을 받았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방부 옆에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비 기공식에 참석해 무명용사묘에 헌화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영국이 5만6,000여명의 병사를 파견했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 런던에 참전기념비가 없었다”면서 “기념비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뜰 수 있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트 사원에서 영국 의원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연설을 했다. 한국 대통령이 영국 의회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킹엄궁 연회장에서 성대하게 열린 국빈 만찬은 이번 방문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여왕은 음식메뉴와 와인, 박 대통령이 묵을 숙소를 직접 고르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우아한 한복을 입은 박 대통령을 보고 여왕은 한복의 아름다움을 극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6일에는 캐머런 영국 총리와 금융, 창조경제, 교역 확대 등 경협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날 오전 열리는 한ㆍ영 양국간 글로벌 CEO 포럼에서 연설을 한다.
7일까지 3박4일간 진행되는 국빈방문은 지난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다.
영국이 매년 최대 2개국 정도에 대해서만 해당국 정상을 국빈으로 초청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국빈방문은 양국 간 각별한 우호협력 관계를 반영했다는 상징성이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영국 방문 의미에 대해 “이번 서유럽 순방에서 경제협력 가능성이 가장 많은 곳이 영국이며 금융과 창조경제 부문에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금융 당국 간 소비자 보호, 상업은행 간 업무 협력, 벤처ㆍ중소기업 지원방안, 과학기술 협력 등에 대해 많은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영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이 평소 정치적 롤모델로 영국 역사에 획을 그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언급해온 점도 이번 순방에서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방송에 출연해 엘리자베스1세 여왕을 자신의 정치적 역할모델로 꼽으면서 “영국을 파산 직전에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다”면서 “자기가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남을 배려할 줄 알았고 늘 관용의 정신을 갖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국정을 이끌었다”고 이유를 들었다.
한편 박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를 떠나기 전 한ㆍ프랑스 간 전기차 협력사업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르노자동차의 전기차 체험관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디지털경제장관과 카를로스 곤 르노그룹 회장을 만나 미래 전기차 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LG화학과 르노그룹의 전기차 협력은 두 나라 간 창조경제 분야 협력에서 모범적 사례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은 협력모델이 더 확대되고 더 큰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견본품을 관람한 뒤 르노의 소형전기차를 시승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마티뇽궁에서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총리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에서 박 대통령과 에로 총리는 ▦문화 및 교육 분야 협력 ▦교역과 투자 확대를 위한 환경 조성 ▦창조경제 및 첨단산업 분야 협력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 등 양국의 관심사를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문화예술 강국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과 첨단기술 역량을 보유한 프랑스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실현을 함께 추구하고 있는 한국에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