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특허가 만료돼 독점적 지위를 상실한 오리지널 약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들간의 마케팅전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인 MSD와 CJ㈜, 종근당, 한미약품, 동아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이 심바스타틴 성분의 고지혈증치료제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기세싸움은 물질특허 보호기간이 끝나는 오리지널 약이 늘어남에 따라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간의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신약개발력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국내 제약사들은 기싸움에서 밀릴 경우 입지가 더욱 옹색해질 수밖에 없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바스타틴 성분의 고지혈증치료제 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MSD의 `조코`가 국내시장을 독점했다.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라 시장도 급성장, MSD는 지난해 조코 한 품목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한 2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약가인하 신경전=그러나 올들어 국내 제약사들이 물질특허가 만료된 심바스타틴제제를 잇달아 출시, 시장은 과열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선발주자인 CJ㈜가 `심바스타`를 999원(심바스타틴 20㎎)에, 종근당이 `심바로드`를 950원에, 한미약품이 `심바스트`를 790원에, 동아제약이 `콜레스논`을 813원에 내놓았다. 국내업체들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자 CJ㈜는 이미 심바스타의 보험약가를 750원으로 하향조정신청했고, 경쟁사들의 약가인하도 잇따를 전망이다.
MSD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지난 1월 매출이 미미했던 조코 40㎎ 제품의 가격을 1,877원에서 20㎎ 제품과 같은 1,251원으로 33.3% 인하하기 위해 보험약가 조정신청을 냈다.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성분명 아토바스타틴)`가 지난해 국내에서 2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조코를 위협해 오고, 아스트라제네카가 올 연말쯤 오리지널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란 점도 MSD를 자극시켰다.
이들 제약사들의 보험약가 인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의 심사가 밀려 있어 6~7월께 현실화될 전망이다.
◇MSD 마케팅전략의 영향= MSD는 영국 옥스퍼드대 임상연구서비스기구와 영국의학연구위원회ㆍ영국심장재단이 지난해 세계적인 의학전문지 `란셋`에 발표한 실시한 조코 40㎎ 제품의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들에 대한 집중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다. 이 제품은 관상동맥질환 발생위험이 높은 2만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69개 병원에서 5년간 진행한 영국의 임상시험에서 심혈관계 질환(심장발작ㆍ뇌졸중 등) 발생위험도가 연령ㆍ성별ㆍ콜레스테롤 수치에 상관없이 3분의 1 정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MSD가 조코 40㎎의 가격을 20㎎ 제품가격으로 낮춘 데 대해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조코 20㎎ㆍ40㎎ 제품의 가격이 같기 때문에 20㎎짜리 2정을 먹기 보다는 40㎎ 1정을 먹는게 경제적이고, 의사들도 20㎎이든 40㎎이든 같은 회사 제품을 사용하려 하기 때문에 MSD의 마케팅전략이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원료합성능력을 바탕으로 20㎎ 제품은 700원 선, 40㎎ 제품은 900원 선에 내놓을 수 있는 2개 안팎의 국내업체만 MSD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20㎎ 제품으로 좋은 약효를 보고 있는 국내 의사들이 당분간 40㎎ 제품으로 처방을 바꿀 가능성은 적다”고 낙관론을 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