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19일]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 ‘실패한 황제’로 각인된 인물이다. 참여정부의 정책을 공박할 때도,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난할 때도 전가의 보도처럼 인용된다. 245년 태어난 그는 졸병으로 시작해 286년 11월20일 황제에 오른 인물. 305년 스스로 퇴임해 농부로 돌아가기까지 19년간 로마를 다스렸다. 즉위 즉시 분할통치 시스템을 도입해 국경방어를 강화하고 반란의 소지를 없앴다. 덕분에 50여년 동안 26명의 황제가 난립하던 군인황제 시대가 끝났다. 문제는 돈. 화폐경제 기반이 붕괴되고 물물교환 시대로 후퇴한 상황이었다. 전임 황제들이 100년 동안 경제난을 겪을 때마다 금화의 순도를 5%까지 떨어뜨리는 화폐개악으로 일관한 탓이다. 돈이 달리자 그는 지역별ㆍ계층별 징세액 차등을 없애고 우량 금화와 동화를 찍어냈다. 순도가 높아 ‘중세의 달러(국제기축통화)’로 통용되던 비잔틴제국의 ‘솔리두스 금화’도 그가 제작한 것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1,387개 품목에 대한 최고가격제도 들여왔다. 연간 예산을 미리 짜는 예산제도도 선보였다. 잇따른 개혁은 자영농민층 붕괴현상 등을 가속시키는 부작용 속에서도 신용경제를 되살리고 로마제국을 외침에서 지켜냈다. 망해가던 로마의 생명을 연장시켜 비잔틴(동로마)제국으로 넘어가는 기반을 닦았음에도 그에 대한 평가는 혹독하다. 기독교를 탄압했기에. 기독교 역사가들은 그를 시장경제를 짓밟고 로마 멸망을 앞당긴 황제로 못박았다. 한국에서의 이미지도 나쁘다.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의 전통미덕을 없애버린 황제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새로 발견되는 사료들은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숨은 면모를 말해주고 있다. 가용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행정ㆍ재정ㆍ예산제도를 개혁한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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