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월요초대석)

◎“한국,「IMF 처방」 잘 받았어요”/사회 각 계층 “한배 탔다”는 공동체 의식 절실/이번 위기 잘 극복하면 「보다 강한 나라」 될 것『한국은 다른 아시아국가들보다 빨리 경제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6개월간은 어려울 것입니다. 사회 각 계층이 한배를 탔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자기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도널드 그레그씨(69)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경제전문가가 아니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주한 대사를 지낸데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는 경륜을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해 나름대로 분명한 의견을 갖고 있었다. 뉴욕 맨해튼 57가에 있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보았다. □대담:김인영 뉴욕 특파원 ○경제 투명성 요구 ­한국의 경제 위기에 대해 얘기를 하지요.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습니까. ▲먼저 나는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간 것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IMF 지원이 일단 이뤄지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의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더빨리 위기에서 탈출, 경제의 건강성을 되찾을 것으로 믿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경제는 많은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제조업이 질적으로 향상돼 있고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저축률도 높습니다. 모든 게 좋습니다.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IMF의 조건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리스트럭처링의 필요성에 동의할 것입니다. 기분은 나쁘겠지요. 혼란도 있을 수 있어요. 한국경제가 의사를 찾아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쾌하지 않은 처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달갑지 않은 약은 입에 씁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경제를 강하게 할 것입니다. ­IMF가 한국 경제 구조 개선에 어떤 요구를 할 것으로 보는지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만약 내가 IMF에 근무한다면 첫째, 보다 철저한 투명성을 요구할 겁니다. 둘째, 부실 은행이 건실한 은행의 우위에 서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즉 정치적 이유로 은행의 대출을 강요하지 말도록 할 것입니다. 대출의 수익성·책임성에 따라 은행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정치로부터 은행을 독립시킬 것입니다. 셋째, 외국인의 직접 투자를 용이하도록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IMF에 있다면 위의 세가지를 요구했을 것입니다. ­한국경제가 다시 일어설 것으로 봅니까. 그렇다면 언제 한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한국인들은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경제를 다시 살릴 것입니다. 아시아의 어느나라보다 빨리 경제를 회복하리라고 믿습니다.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낙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많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질 않습니까. 모든게 나쁜게 아닙니다. 바꿔야 할 것은 일부입니다. 이번 위기를 극복하면 전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낙담할 필요없어 ­한국인들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모두 나섰습니다. 해줄 말씀이 없습니까. ▲우선 정부에 관해 말씀드리죠. 우선 핵심 경제정책 담당자를 자질이 높은 사람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재경원장관과 차관은 물론이지요. 한국에는 높은 수준의 인재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관성 있어야 합니다. 정책 담당자가 바뀌어도 정책이 하나같이 집행돼야 합니다. 부처간에도 하나의 철학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에 대해서는요. ▲한국 기업인에 대해서는 무어라고 말할 위치는 아니지만 한국의 기업인들은 새로운 경영 원칙을 갖고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누구와 계약할 것인가, 누구와 경쟁할 것인가, 어느 분야를 강화할 것인가, 무엇을 판매할 것인가 등등에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원칙이 정부 정책에 의해 제시되어야 하며 일단 이 원칙이 마련되면 개별 기업들이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한국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 공감 절대적 ­경제 개혁조치에 노동계층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노동자들도 코뮤니티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 경제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어렵습니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희생을 각오하길 희망합니다. 모두 한국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 이기적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한배를 탔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한국의 정경유착, 재벌과 정치와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요. ▲단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벌은 비즈니스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몇몇 재벌은 경영상태가 아주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재벌은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돼야 합니다. ­한국의 경제 위기가 12월 대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 또는 대선이 경제 위기를 낳았다고 생각하는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선거가 있든 없든 경제 위기는 다가오게 돼 있었습니다. 전혀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선거와 경제는 별개의 사안이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인들이 대선 후보자들에게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 등 압력을 넣는 것입니다. 경제가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그렇지 않은가요.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고 했는데요.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뜻입니까. ▲클린턴 대통령은 집권 1기때 아시아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지도자들과 대화도 별로 갖지 않았지요. 집권 2기에는 조금 나아지긴 했습니다. 클린턴은 국제문제에서 아시아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선 진전을 보았어요.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것이 그것이지요. 클린턴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동아시아 지역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중국은 이미 4자 회담에 참여했고 일본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관련돼 있습니다. 러시아는 아직 문을 두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미국)가 북한이 위험한 고립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중국이나 일본, 미국, 러시아, 한국에도 도움이 됩니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에서 한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경제 전체가 도미노현상처럼 무너지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이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조지 소로스씨를 공격했습니다만. ○향후 6개월 고비 ▲마하티르 수상은 그야말로 유명해졌지요. 그러나 우리는 시장이 경제를 판단하는 척도라고 믿습니다. 그것은 철학적으로 다른 기준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에 대해 다른 논평을 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마하티르와 다르다는 것을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적했습니다. 그 신문은 김대통령이 다른 사람(외국자본)을 공격하지 않은 점을 높게 샀습니다. 그러나 마하티르는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공격했습니다. ­내년에는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섭니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지만, 새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지적해줄 수 있습니까. ▲한국의 차기 정부는 두가지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는 경제문제이고 다음은 북한문제입니다. 차기 대통령은 북한문제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주체 경제가 붕괴됐기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협상의 여지가 좁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과 대화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는 김정일 체제가 구축됐습니다. 이미 91년에 남북한간 상호 의정서가 체결돼 있질 않습니까. 경제문제에서도 앞서 말한대로 새 정부는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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