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하반기 수출이 호조를 띠면서 당초 11월 말~12월 초까지 당겨질 것으로 기대됐던 ‘무역 1조 달러’ 달성 시점이 엔저 현상에 따른 대일 수출 및 수입물량 감소의 영향으로 지난해(12월 10일)보다 2~3일 정도 빠른 12월 6~7일께 달성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 “올해 4ㆍ4분기 수출이 상당히 좋아질 것으로 봤지만 10월에 반짝한 이후 실적이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으며 특히 11월 들어 엔저의 피해가 가시화하는 것같다”며 “작년 말부터 시작된 엔저의 영향으로 대일 수출이 줄어들고 동남아 등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합이 늘어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서도 드러났다. 11월 수출액은 479억1,8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0.2% 증가하는데 그쳐 사실상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월 수출액은 504억9,3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500억 달러를 돌파했으나 11월에는 두 달 연속 500억 달러 고지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수출 실적이 좋았던 10월과 비교해 보면 대미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고, 아세안(ASEAN)으로 수출이 전년보다 11.2%나 감소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아세안은 전통적으로 일본의 영향력이 강한 곳으로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제품들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지난해 말 시작된 엔저가 장기간 고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엔화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1년 뒤엔 달러당 110엔 선도 돌파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과 세계 시장에서 경합 중인 우리 기업들은 내년부터 판매 단가를 인하해야 경쟁이 가능한 구도로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