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벨과학상 타려면

지난 6월 월드컵 4강 신화에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상 최다의 금메달을 획득해 우리 체육계는 또 한번의 신화를 일궈냈다. 그러나 해마다 맞는 10월의 노벨상 발표가 올해는 여느 때와 달리 우리의 가슴을 더욱 착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웃 일본이 3년 연속 노벨화학상 수상기록을 세우고 특히 올해는 소위 괴짜 2인이 수상해 일본 열도가 들끓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로비설 공방이나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장기간에 걸친 국내 경기침체와 '일본은 세계적 영향력이 크게 쇠퇴한 중간국가(Middling State)로 전락'이라는 최근 미 뉴욕타임스의 보도처럼 침울했던 일본국민은 이제 새로운 자신감으로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다. 지난해 일본이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24조엔의 과학기술투자를 통해 앞으로 50년 안으로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의욕적인 계획을 발표했을 때는 주위의 상당한 냉소를 받기도 했다. 미국의 과학논문색인(SCI) 지수에 의하면 양적인 측면에서의 논문수는 미ㆍ영ㆍ일ㆍ독ㆍ불의 순으로 한국이 15위 수준이나 질적인 측면을 말하는 피인용도지수는 56위에 불과하다. 이는 독창적인 원천기술을 갖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기초과학도 발달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노벨과학상 수상자수에 있어서도 이러한 순서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 공공재로서의 기초과학은 그 비배타성(Non-excludability)으로 정부의 개입ㆍ지원이 불가피한 분야다. 그럼에도 기술 선진국의 상업화 열매만 따먹자는 무임승차(free- riding)론은 아직도 상당한 호소력이 있는 듯하다. 일본이 과거에 모방의 귀재라는 모욕을 받으면서 기초과학연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 이면에는 '거위의 황금알을 줍는 것도 좋지만 알을 낳는 거위의 건강이 더욱 중요하다'는 국가적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노벨상에 도전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최근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대통령에 보고한 자료에서도 지적됐듯이 우선 독창적 연구의 바탕이 될 기초과학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예산의 19%(9,408억원)인 기초연구예산을 오는 2005년까지 25%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과학영재의 조기 발굴ㆍ육성을 위한 과학영재교육체계를 재정립하고 특히 개인의 창의성을 계발하기 위한 모험적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신진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포상제도를 확대하고 실패의 자유(Free to fail)도 인정해야 한다. 과학자의 입장에서도 '우연의 발견을 놓치지 않는 통찰력(Serendipity)'을 통해 창조적 성과를 이뤄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노벨상 수상자들의 절반 이상이 노벨상을 이미 수상했거나 나중에 수상하게 되는 과학자들과 사제지간 또는 공동연구자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준노벨상급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스웨덴 관련기관과의 학술협력을 강화해 우리의 연구성과를 알릴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해마다 주재대사가 노벨상 위원들을 초청해서 자국의 과학기술 우수성을 알리는 노력을 한다는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들 노벨상은 주어지는 것이지 기초과학정책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노벨상이 국가정책의 목표는 될 수 없으나 과학자 개인과 우리 같은 후발국가의 꿈과 희망은 될 수 있다. 노벨상이 없는 기초과학은 금메달 없는 올림픽과 같다. 메달 없는 올림픽을 상상해보라. 태능 올림픽 선수촌은 맥빠진 훈련장이 될 것이다. 금메달이라는 목표와 희망이 있기에 대표선수들의 피와 땀이 더욱 값진 것이다. 기초과학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요 거점을 육성해나가는 이른바 올림픽 선수촌식 육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노벨상은 선수촌의 합숙훈련과는 또다른 차원으로 이른바 장기적인 정부투자를 통한 창의적 연구분위기 조성과 과학자의 진리를 향한 천착(穿鑿)에서 나오는 것이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과학경쟁력 10위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비한 창조적 기초과학연구에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간다면 우??꿈도 이뤄질 것이다. 포항공대 교정에는 미래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흉상 좌대가 쓸쓸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앉게 될 최초의 한국인 과학자가 누구일까를 생각해본다. 권오갑(과학기술부 기획관리실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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