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5)가 올 시즌 7차례 출전에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의 면모를 과시했다.
박인비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 콜리나스CC(파71ㆍ6,41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노스텍사스 슛아웃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로 안정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이날 2타 차 공동 2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 선두였던 카를로타 시간다(22ㆍ스페인)를 1타 차로 제치고 짜릿한 역전극을 펼쳤다.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포함해 이번 시즌 가장 먼저 3승 고지에 올라선 박인비는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의 우승상금을 받아 시즌 상금랭킹(84만1,068달러)과 올해의 선수 포인트 1위 자리를 지켰다. 투어 통산 6승째. 지난해 7월 에비앙 마스터스부터 최근 18개 대회에서 무려 5승을 수확했다.
특히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선 지 2주 만에 우승을 따내며 독주 체제의 토대를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안정된 플레이는 물론 1위 수성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박인비 역시 "혼다 타일랜드대회 때는 경기를 먼저 끝낸 뒤 선두가 무너진 덕을 봤고 나비스코 챔피언십 때는 2위와 타수 차이가 많았다"고 돌아본 뒤 "이번에는 심리적인 압박이 큰 상황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우승을 이뤄냈기 때문에 내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을 만큼 뿌듯하다"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경기는 그가 왜 현재의 '골프여제'인지를 입증해 보인 명승부였다.
2타의 열세를 안고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박인비는 10번홀까지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동반 플레이를 펼친 시간다도 3타를 줄여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몇 차례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해 조급해질 법도 했으나 박인비는 흔들림이 없었다.
추격자의 견고한 플레이에 오히려 긴장한 쪽은 시간다였다. 시간다는 14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나무 윗부분을 맞고 그린에 미치지 못하면서 보기를 범했다. 1타 차로 쫓긴 그는 15번홀(파4)에서 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공격적인 플레이로 덤벼들다 두 번째 샷을 그린 오른쪽 물에 빠뜨린 것. 1벌타를 받고 4타 만에 그린을 밟은 시간다는 보기 퍼트마저 실패해 2타를 잃고 말았다.
상대가 2개 홀에서 3타를 잃은 사이 리드를 잡은 박인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간다가 마지막 홀(파5)에서 3m 버디로 동률을 만들며 마지막 반격을 하자 박인비는 1.2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떨궈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무려 7타를 줄인 박희영(26)이 유소연(23ㆍ이상 하나금융그룹)과 나란히 공동 4위(9언더파)에 오르는 등 챔피언을 포함해 5명의 한국 선수가 톱10에 들었다. 세계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공동 7위(7언더파)에 그쳐 1위 박인비와의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