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애플을 넘어] <3> 갤럭시에 영혼을 입히자

■ 창간기획<br>우리만의 이야기·감동 담아 IT 마니아 열광시켜라<br>실패한 천재서 성공한 천재로 귀환은 곧 '애플 잡스' 신화<br>삼성·LG도 스토리텔링 통해 브랜드가치 높여야



소니도 노키아도 뛰어넘었다. 하지만 애플은 왠지 쉽지 않아 보인다. 소니나 노키아와 달리 애플이라는 벽이 유난히 두터워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애플만이 가진 스토리텔링=애플의 이미지는 스티브 잡스라는 개인이 만들어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잡스의 건강이 좋지 않을 때마다 애플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한다. 할리우드 배우처럼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잡스가 전세계 수억 명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가 가진 '이야기(story)'가 있다. 잡스는 1955년생으로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한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창업하고 최초의 PC인 '애플'로 성공을 거둔다. 꾸준히 혁신을 거듭한 애플은 지난 1984년 '매킨토시(MAC)'라는 PC를 내놓아 정보기술(IT) 마니아들을 열광시킨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DOS)와 달리 마우스라는 편리하고 직관적인 입력방식을 택한 매킨토시는 엄청난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기기와 운영체제(OS)가 같아야 하는 폐쇄적인 방식으로 호환성을 강조한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연합군에 PC시장을 내주게 된다. 이 때문에 잡스는 1985년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난다. 여기서 잡스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뛰어난 실력과 혜안을 가졌지만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버림을 받았다는 것. 즉 실패한 천재 이야기다. 이후 잡스는 '넥스트(NEXT)'라는 회사를 차리고 조지 루카스로부터 '픽사'라는 그래픽 회사를 인수하는 등 꾸준히 기술 고도화에 몰두하게 된다. 당시 잡스는 엄청난 적자로 주위의 비아냥을 듣게 되지만 고집스레 기술 고도화에 몰입한다. 그저 실패한 천재의 표본으로 남을 뻔했던 잡스에게 재기의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1996년 애플 복귀다. 여기서 잡스에 관한 두 번째 신화가 만들어진다. 바로 '천재의 귀환'. 이후 잡스는 애플에서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를 내놓아 '대박'을 치게 된다. 아이팟은 이후 아이폰 시리즈로 이어지며 세계의 아이콘이 된 잡스의 신화를 완성시킨다. 이외에도 잡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꾸준히 만들어나간다.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 연사로 등장해 지금도 회자되는 '꾸준히 배고프고 꾸준히 멍청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을 통해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다. 당시 잡스는 췌장암을 극복하고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난 이야기 등을 그만의 진솔한 화법으로 들려줘 열광적 지지를 얻어냈다. 잡스는 이외에도 신제품 발표 때마다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으로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신화를 덧칠하고 있다. 결국 애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애플이 제공하는 첨단기기 외에 잡스가 일궈낸 이야기를 구매하는 셈이다. ◇우리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라=삼성과 LG는 해외에서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삼성은 2005년부터 영국 명문구단인 첼시를 후원하며 유럽에서도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삼성은 영화 '매트릭스' 및 '오션스13'에서 간접광고(PPL) 방식으로 제품을 노출, 휴대폰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전략으로 삼성과 LG는 전자제품 시장에서 영원한 강자로 군림할 것 같았던 소니를 제쳤으며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를 위협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애플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지금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본인만의 스토리텔링이다. 즉 제품에 스토리텔링과 감동을 입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경우 스토리텔링은커녕 정체성조차 왜곡되고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삼성이나 LG를 한국 기업이 아닌 일본이나 미국 기업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몇 년 전 미국 대학생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삼성전자를 일본 기업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57.8%에 달했으며 LG전자도 일본 기업으로 오인한 비율이 26%에 이르렀다. 당시 조사에서 한국 제품의 신뢰도가 40%에도 못 미치고 일본 제품 신뢰도는 81%에 달했던 데 견줘보면 오인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다만 이처럼 정체성조차 희미한 상태에서 삼성이나 LG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매우 힘들어 보인다. 자신만의 이야기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필요성은 수치로도 알 수 있다. 브랜드 가치 전문평가사인 밀워드브라운에 따르면 올해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1,530억달러로 전체 1위를 차지한 반면 삼성은 120억달러로 67위에 그쳤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잡스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그가 가진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형태로 마케팅에 녹여내는 모습을 보여 소비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며 "우리나라 기업 대표들도 자신을 조금 더 드러내는 등 각 기업의 이야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