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투자 뉴 빅뱅] <1부> 요동치는 자본시장 ② 자산관리 혁명이 온다



지난 1월 삼성증권은 영국의 맨 인베스트먼트(Man Investment)와 손잡고 개발한 재간접 헤지펀드 상품인 ‘한국투자사모 북극성 알파 증권투자신탁 1호’의 출시를 앞두고 걱정이 적지 않았다. 지난 해 9월부터 프라이빗 뱅크(PB)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긴 했지만 과연 어느 정도 자금이 들어올지 장담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증권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이 상품은 판매에 들어간지 6일만에 130억원의 자금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후 출시한 2호~5호 상품에도 목표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최근들어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자산관리 시장에도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은행예금과 채권 등에서 원하는 만큼의 수익률을 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자 거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랩어카운트와 헤지펀드 등 대안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금융투자업계도 2,000조원에 달하는 가계 금융자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헤지펀드를 비롯한 새로운 금융 상품들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김성동 신한금융투자 명품PB강남센터 센터장은 “랩 어카운트와 헤지펀드가 주목 받고 있는 배경에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낮은 은행금리, 증시 변동성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 등 변동성이 커져 불안해진 고액 투자자들이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 창출이 쉬운 랩 어카운트나 연 10%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헤지펀드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자금시장 상황을 보면 이 같은 흐름은 확연하게 나타난다.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들이 랩 어카운트 상품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랩 어카운트 계약 자산은 39조4,127억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거액 자산가들이 많이 찾는 자문형 랩의 경우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 15일 현재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10대 증권사의 자문형 랩 잔고는 7조5,267억원으로 2009년말(5,454억원)보다 1년여 만에 무려 7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과거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서 거세게 불었던 적립식 펀드 열풍이 이제는 랩 열풍으로 옮아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랩 어카운트를 헤지펀드식 자산관리로 진화하는 중간 과정으로 진단하고 있다. 랩 상품의 운용 규제가 풀어지면 상품구조가 결국은 헤지펀드와 다름 없게 되기 때문이다. 김연태 삼성증권 AI팀 과장은 “그동안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는 타는 과정에서는 헤지펀드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가 많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어떤 시장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헤지펀드가 대안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껏 국내 투자자에게 생소하게 여겨졌던 헤지펀드에 자금이 조금씩 몰리고 있다. 비록 법적인 규제 때문에 아직까지는 국내에 헤지펀드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지만 선진국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상품이 속속 선보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의 헤지펀드 잔고는 7,568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에는 419억원이 들어왔고 우리투자증권(350억원)과 대우증권(650억원), 미래에셋증권(672억원) 등에도 뭉칫돈들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증권사들도 금융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상품을 내놓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오는 4월 초 재간접 헤지펀드인 ‘동양멀티CTA사모증권투자신탁4호’를 추가로 선보이고 이 달 초 헤지펀드 형태의 시스템트레이딩펀드 ‘현대엑스퍼트사모펀드1호’를 선보였던 현대증권도 내달 출시를 위해 재간접 헤지펀드 상품을 준비 중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미국과 중국 등 해외로까지 투자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 운용사인 화샤기금의 자문을 받아 중국 소비재에 투자하는 ‘삼성 POP 골든랩 중국 소비재 포트폴리오’이 대표적 사례. 미국 금융회사와 글로벌 우량기업에 투자하는 신한금융투자 ‘헬로 USA 랩(Hello USA Wrap)’등도 투자 시각을 국외로 돌린 경우로 꼽히다. 강준호 우리투자증권 상품개발부 과장은 “한동안 주목 받지 못하던 헤지펀드시장은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헤지펀드의 등장이란 변화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면서 “증권사들도 이에 발 맞춰 다양한 투자자들의 니즈(Needs)를 반영해 투자전략으로 구현할 수 있는 헤지펀드 상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국내에서도 헤지펀드를 직접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서 앞으로 자산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당국이 헤지펀드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오는 하반기 중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구조조정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헤지펀드 규제 완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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