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스타파워 의존 어설픈 기획 “한계”

“국내 경쟁력 갖춰야 해외서도 성공가능” 한목소리<br>스타 아닌 작품성으로 승부 ‘한탕 열풍’ 벗어나야



스타파워 의존 어설픈 기획 “한계” ■ ‘외출’등 잇따른 국내흥행 실패로 본 한류의 오늘“국내 경쟁력 갖춰야 해외서도 성공가능” 한목소리스타 아닌 작품성으로 승부 ‘한탕 열풍’ 벗어나야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욘사마요? 관심 없어요. 일본 아줌마들에게나 인기 있는 거 아닌가요?”(김지윤ㆍ23ㆍ서울 메가박스 관객) “용준씨의 다정다감한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를 보는 건 제 인생의 낙입니다.”(오카무라 요코ㆍ48ㆍ나고야 주부) 영화 ‘외출’을 두고 엇갈리는 한국과 일본의 관객 평가다. 반응은 그대로 흥행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주말까지 국내에서 ‘외출’의 관객동원은 80만명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지만, 일본과 홍콩에선 각각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순항하고 있다. 이른바 ‘한류 기획물’에 대한 아시아 시장의 반응이 극단적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문화상품이 정작 국내에선 외면 받고 있다. 한류가 정점에 오른 지난해 이후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작품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이 한류의 중심에서 벗어났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스타 파워만이 중심이 된 한류가 아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관객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한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힘 못쓰는 ‘한류’=한국 영화로 일본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했다는 영화 전지현 주연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엽기적인 그녀’의 아시아권 성공에 힘입어 만들어진 기획 속편이다. 개봉 첫 주 1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첫 주 박스오피스 6위에 오른 뒤 6주 연속 10위권을 지키며 200억원의 수입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 영화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엽기적인…’이 동원한 480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0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평단 역시 '엽기적인…'에서 보여줬던 발랄한 모습만 반복하며 ‘전지현 CF 모음집’이라는 혹평을 던졌다. 한류 4대 천왕이라는 이병헌의 올해 작품 ‘달콤한 인생’은 전국에서 100만명 벽을 간신히 넘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도 55만명의 관객만을 동원하며 그의 일본 내 인기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드라마로는 최초로 일본 투자를 받으며 야심차게 만든 MBC ‘슬픈 연가’는 권상우, 김희선 등 한류 스타를 내세우며 인기몰이에 나섰지만 정작 시청률은 10%대를 맴도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이제 한류 열풍이 꺼지고 있다는 다소 성급해 보이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NHK ‘겨울연가’의 인기로 후지TV를 비롯한 일본 지상파 방송이 모두 한국 드라마를 방영했지만, 올 9월 가을개편에서 니혼TV와 후지TV가 한국드라마 방송시간대를 없앴다. 니혼TV는 ‘드라마틱 한류’라는 코너로, 후지TV는 ‘토요와이드-한류 아워’를 통해 방송한 바 있다. 폐지 이유로 방송사 측에선 “이름있는 한국드라마를 충분히 방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속적으로 방영할 만한 드라마가 사실상 그리 많지 않았다”는 또 다른 말이다. ◇스타파워로는 한계가 있다=한류 기획물 대부분이 단순히 국내에서 인기를 못 얻는 차원을 넘어서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혹평을 받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은 있다. ‘한류’의 시작은 애초 철저하게 기획된 각본으로서가 아닌 우연한 기회에 불어온 열풍이다. 일본 NHK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겨울연가’는 당초 공영방송 NHK가 한ㆍ일 우정의 해를 맞아 우연히 수입했던 작품. 물론 제작 당시엔 일본 수출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기획이다. 96년 CCTV에서 최초로 방영된 한국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필두로 안재욱을 중화권 스타로 올려놓은 ‘별은 내 가슴에’나 영화 ‘엽기적인 그녀’, 대만의 히트작 ‘올인’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개봉 당시 18억엔의 수입을 거두며 일본한류의 시작을 알린 ‘쉬리’도 한류 기획과는 전혀 무관한 작품이었다. 최근 중화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장금’ 역시 국내에서 50%를 넘는 시청률을 거둘 당시에도 우리의 전통을 소재로 한 사극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인기를 끌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한류를 염두에 둔 작품이 잇따라 혹평을 받으면서 우리 대중문화 생산 수준을 되돌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류 스타’가 불을 지핀 오늘날의 한류가 어설픈 기획과 끝없는 이미지 자기복제로 폭발하지 못한 채 정체되는 건 대중문화의 생산이 결코 만만?게 아니라는 반증이다. 강한섭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는 “한류의 시작은 콘텐츠의 수준이 높아서가 아닌, 새로운 현상에 대한 호기심이었다”라는 말로 한류열풍의 본질을 꼬집는다. 그는 “전통적으로 일본은 끝없이 외국 문화를 학습하고 새로운 현상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을 생산했다”며 “배용준에 열광하는 몇몇 팬들의 열기에 취하는 건 한류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쟁력부터 갖추자=업계 관계자들은 “우리 관객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만이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쉬리’를 필두로 아시아권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꼽히는 작품들은 모두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은 작품들이다. 아시아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지녔다는 국내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작품들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순 없다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인 삼화프로덕션의 신현택 회장은 “국내 시청률과 아시아 시청률은 결국 비례한다”고 해석했다. 삼화가 지난해 제작한 드라마 ‘애정의 조건’(KBS2 방영)은 한국드라마 최초로 중국 전역에 방송되는 CCTV 1채널에서 방영된 바 있다. 신 회장은 “한류 스타는 비록 없었지만 중국도 이제는 작품과 감독, 작가의 수준을 본다는 걸 경험했다”며 “한류는 결국 1만달러 이상 GDP를 가진 5억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엇비슷한 이들의 정서를 겨냥하려면 결국 국내에서의 히트가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서도 싹틀 기미가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흥행작으로 꼽히는 영화 ‘말아톤’은 화려함이나 한류 스타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지만 올 7월 일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5위로 데뷔하며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말아톤’을 제작한 석명홍 씨네라인-투 대표는 “한류란 개념도 이젠 스타에서 작품성으로 바뀔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며 “‘쉬리’나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 재밌는 작품은 해외에서도 호평받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결국 배용준의 인기 하나로 국내 관객을 외면한 ‘외출’같은 작품으로는 한류가 자칫 ‘한탕치기’로 밖에 비쳐질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배용준도 이번 영화로 국내 흥행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繭遮?한 업계 관계자의 말은 한류의 방향키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 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이다. 입력시간 : 2005/09/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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