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음식물 쓰레기

박인구 ㈜동원F&B 대표이사

얼마 전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우리 국민이 버리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으나 일본에 비해서는 약 열배 가까이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 국민들은 워낙 적게 먹는 민족인데다가 분리배출 같은 정부의 규정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배출되는 양도 우리보다 훨씬 적은 것은 분명하다. 서구에서는 간단한 음식물쓰레기는 집에서 잘게 분쇄해서 하수도로 유입되도록 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환경 관련 법규상 그것도 허용되지 않고 분리수거 및 배출규정도 잘 지키지 않아 이제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국민 모두가 함께 걱정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다. 국민 모두가 규정에 맞게 버린다면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비료나 사료로 만들어 쓸 수도 있는데 국민들이 규정을 잘 지키지 않으니 쓰레기 매립지에서는 더 이상 생활쓰레기와 분리배출이 안된 음식물쓰레기를 못 받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겠는가.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식생활구조 때문인 것도 많다. 밥과 국ㆍ찌개ㆍ조림 등을 만들어먹는 우리 식생활이 더 간편해지지 않는 한 쓰레기가 많은 것은 불가피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학교 급식을 전면적으로 시행하다 보니 식당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학생 수에 비해 규모가 작아 교실까지 국과 밥을 날라 배식하는 정도까지 됐다. 칼로리를 계산해서 우유나 계란, 그리고 재활용률이 85%나 되는 통조림 같은 간편식으로 도시락을 대체해도 될 텐데 굳이 끓이고 지지고 볶고 하는 일을 하니 위생 문제도 생기고 음식물쓰레기가 더 많아지지 않겠는가. 음식물쓰레기가 많은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식품위생법상의 유통기한제도에도 연유한다. 미국에서는 어느 날짜 전까지 먹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의 ‘best before’라는 용어를 쓰고 있고 일본에서는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뜻으로 ‘상미기간’이라는 말을 쓴다. 우리나라는 식품 유통기한이라는 제도를 두고 그 기한을 지나면 모두 버려야 할 것처럼 인식되고 있어 고아원ㆍ양로원 등에도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기부할 수도 없다. 물론 못 먹는 것을 기증해서야 안되겠지만 제도와 인식의 차이로 먹어도 괜찮은 음식물이 쓰레기로 처리되는 것이 안타깝다. 얼마 전 끼니를 굶는 아동들에게 지급하는 도시락 문제만 해도 꼭 음식물을 그런 식으로 만들어 배달까지 하는 것보다는 식품카드 같은 것을 만들어 우유와 빵ㆍ통조림 등 가공식품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할인점이나 농협매장 같은 곳에서 구매하도록 한다면 배달 비용도 절감되고 그 절감되는 폭만큼 음식의 질도 좋아질 것이며 가공식품은 재활용률이 높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 문제도 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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