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아직도 10곳 중 4곳이 한날 한시에 주총이라니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19.7%가 1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20일은 40.2%가 주총을 개최하니 상장사 10곳 중 4곳의 주총일이 같다.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3년에는 3월22일 주총을 개최한 상장사가 47.2%, 2014년에는 3월21일 주총을 연 곳이 48.8%였다. 매년 3월 둘째~넷째 금요일에 주총을 여는 상장사가 대략 전체의 80% 이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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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이 특정일에 몰리다 보니 소액주주는 주주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 같은 날 동시에 주총을 여니 몸이 2개라도 다 참석할 수 없다. 더욱이 주총 개최시각도 오전9~10시로 맞춰 주총장을 한곳 이상 가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요즘 같은 첨단시대에는 주총장에 가지 않고 전자투표를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예탁결제원과 전자주총 계약을 맺은 상장사는 현재 300곳이 넘으며 주총을 앞두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계약만 맺어놓고 실제 도입은 하지 않는 곳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투표는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상정된 안건을 사전에 분석해야 하는데 주총이 특정일에 몰리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상장사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특정일에 주총을 여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 주총은 큰 문제 없이 애초에 상정한 의안들을 처리하고 끝나는 게 좋고 그러려면 말 많은 소액주주는 가급적 오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권리를 막는 것으로 개선하는 게 옳다. 당장 주총과 소액주주를 바라보는 기업의 인식부터 바꿔야 하며 상장사협의회 등 관련 단체가 회원들을 상대로 주총일을 분산하도록 지도·요청해야 마땅하다. 제도화도 고민해봐야 한다. 슈퍼 주총 데이가 문제로 불거진 대만은 특정일에 주총을 열 수 있는 기업 수를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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