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강진·쓰나미 日 강타] 일본 경제 직격탄

도요타 등 자동차 공장 조업 중단.. 물류 마비.소비심리 추락이 더 문제.

엔고와 재정악화, 정국 혼란 속에 허우적대던 일본 경제가 이번에는 사상 최악의 강진과 쓰나미에 제대로 발목이 잡혔다. 구체적인 피해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진과 쓰나미는 상당한 파괴력으로 일본열도를 흔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타고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려 애를 쓰던 일본 경제는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로 또 한 번의 시련을 맞게 됐다. 이번 사태는 도요타, 소니 등 주요 기업들의 공장 중단 등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일본의 소비심리 위축과 투자 냉각, 재정적자 심화 등 심각한 간접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일본의 경제 성장세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일본이 최악의 상황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일본 증시와 경제 신뢰도에 분명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업중단, 물류차단 등 기업 피해 속출= 11일 발생한 ‘동북대지진’로 인해 엔고 악재를 딛고 활로를 모색하던 일본 기업들은 또 한 번의 고비를 맞게 됐다. 동북부 지역에 공장이 위치한 기업들의 직접적인 조업중단 피해는 물론이고 여진과 쓰나미로 인해 항공과 철도, 도로 등 물류 인프라가 차단되면서 생산활동 위축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날 닛산자동차는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이와키공장 등 5개의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도요타 그룹의 4개 공장과 소니의 6개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이 밖에 미쓰비시화학 공장도 정전으로 조업을 멈추는 등 동북부 지역의 공장에서 조업 중단이 잇따랐다. 일부 지역에서는 항구가 폐쇄되고 하역 작업도 중단됐다. 강진의 직격타를 이은 센다이공항은 물에 잠겼다. 또 도쿄의 두 공항 중 나리타 공항은 폐쇄되고 하네다 공항은 활주로 4개 중 2개가 사용중단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LG경제연구원의 이지평 연구원은 “센다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일본의 0.8% 수준이지만 생산이 위축되고 물류가 막히면서 일본 기업들의 생산활동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피해 규모가 파악돼야 알 수 있겠지만, 올해 1.5%로 예상됐던 GDP를 적어도 0.2~0.3%포인트는 끌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컨설팅업체인 액션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코언 애널리스트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생산시설 피해로 산업생산이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일본 GDP가 1% 가까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비심리 타격…엔고 해소 안되면 일본경제 ‘삼중고’= 시장에 미친 파장은 다소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일본 증시는 전날보다 180엔 가까이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모습을 보인 반면,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일시적으로 급락하다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폭락세로 장을 마감한 증시는 내주 초에도 하락세로 개장할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국계 증권 트레이더의 말을 인용, “해외 매도주문이 미처 소화되지 못한 채 장이 마감됐다”며 “근래 들어 수도권이 이만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없어, 주식 매도세에 제동이 걸릴 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스미토모신탁증권의 세라 레이코 마켓스트래티지스트는 “개인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주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역자산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이날 동북부 지역의 백화점과 외식업체 등의 영업 중지도 줄을 이었다. 기업들이 생산 차질, 소비 위축, 엔고라는 ‘3중고’ 속에 최악의 봄을 맞이하게 되면서 일본 경제는 또 한 번의 침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게다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일본 정부는 피해 복구 과정에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일본 경제에 대한 국제신뢰는 한층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이번 지진이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이날 “일본과 같은 거대경제에서는 자연재해의 영향이 보험에 의해 흡수될 수 있다”며 “정부 재정과 국가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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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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