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이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가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수사와 함께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재기 의혹에 휩쓸린 등단 50년작 ‘여울물 소리’에 대해 절판을 선언한 황석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가 전업 작가로서 개인의 불명예로 그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을 위해 검찰이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수사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석영은 “사재기 행태가 근년에 이르러 도를 넘어섰으며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기 위해서 ‘사재기 대행업체’까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고, 이들이 성행할 수 있는 것은 대형 인터넷 서점도 이러한 사기행위를 은닉 방조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황석영은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서점들에 지난 5년 간의 베스트셀러 도서 판매자료를 출판물불법유통 신고센터에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황석영은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은 일종의 주가조작과 같은 범죄행위이자 사회악임을 자각하고 출판계와 서점은 자정 노력을 해야 될 것”이라며 “사재기를 근절시키려면 무엇보다 과태료 처분에 불과한 현재의 법령을 보다 확실하게 강화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재기 행위가 적발되면 현재로선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 황석영은 “젊은 작가들과 함께 반드시 (처벌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을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재기를 처벌하는 규정이 과태료 처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장 검찰이 수사에 나서더라도 적용 법조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동석한 김형태 변호사는 “독자들이 집단적으로 사재기를 없앤다는 취지를 내걸고 고소를 하면 검찰이라는 국가권력이 강제수사로 사기죄 성립 여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재기는 주가조작에 못지 않은 큰 범죄로 형사처벌의 가치가 굉장히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석영은 ‘여울물 소리’ 사재기 의혹을 촉발한 출판사 ‘자음과모음’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