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팬택/“기술·디자인의 토착화” 일 시장 점령(해외로 뛰는 중기)

◎현지 구매패턴 제품에 적용 성공 비결/한자표시 「삐삐」로 동남아시장 30%점유/창업 6년만에 매출 510억 초고속성장 신화 창출창업한지 6년밖에 안됐지만 (주)팬택(대표 박병엽)이란 이름은 정보통신업계는 물론 일반에게도 낮설지 않다. 무선호출기, 무전기 등 무선통신기기를 전문생산하는 팬택은 지난 91년 창업한 이후 3년만에 2백90억원의 매출을 올려 주위를 놀라게 했으며, 연평균 50%의 고성장세를 보여 일명「팬택 신화」를 일구어 냈다. 실제 팬택은 지난 95년 전년대비 24% 늘어난 3백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42% 늘어난 5백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팬택은 올해의 경우 지난해 보다 86% 늘어난 9백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팬택은 지난 93년 세계 최소형 무선호출기를 개발한 이래로 음성무선및 한글 영문 중문자표시 무선호출기를 개발, 선보이는 제품마다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이로인해 팬택은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 무선호출기 시장의 30%를 점유할 정도로 기술력에 있어서는 반석위에 올라섰다. 최근에는 기존제품보다 5배이상 전송속도가 빠르며, 쌍방향통신까지 가능한 6천4백bps(초당전송속도)급 초고속 무선호출기를 개발해 냈다. 이것 역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팬택 성공사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지난해 8월 세계적 통신강국인 일본의 PHS(Personal Handphone System)단말기를 바로 팬택이 개발해 낸 것이다. 당시 일본 정보통신업계는 일본식 개인휴대통신(첨단휴대폰의 일종)인 PHS단말기를 팬택이 개발, 일본시장에 입성하자 『드디어 한국의 침공이 시작됐다』고 평할 정도였다. 사실 팬택의 일본 PHS단말기 개발은 남다른 의미와 상징성이 있다. 팬택은 동남아시장에서 30%의 시장을 점유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세계적 통신강국인 일본에서는 사정이 전혀 달랐다. 한마디로 진출초기 팬택의 브랜드 인지도는 0%나 다름없던 상태였다. 또한 당시 일본 통신시장은 모토로라, 노키아 등 단 2개의 외국기업만이 상륙해 고전을 할 정도로 장벽이 높았으며,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NEC, 캔우드 등 일본 굴지의 첨단전자통신업체들이 모두 PHS단말기를 개발하고 있어 경쟁자체가 힘든 상태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팬택은 난관끝에 일본의 광통신사에 총 4만대의 제품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룩해 냈다. 이처럼 팬택이 공략하기 어렵다는 일본시장을 일순간에 함락시킨 것은 기존의 기술력외에 현지 구매자들의 구매패턴을 읽어 제품에 적용하는 기술 및 디자인의 토착화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실제 팬택은 본격적인 일본진출을 감행하기에 앞서 현지인 중심의 팬택저팬이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해 놓고 PHS단말기 기술개발은 물론 제품의 구매력 제고에 힘썼다. 이와관련, 팬택은 일본 소비자들의 경우 검정색을 선호하는 우리와 달리 흰색을 좋아하며, 형태에 있어서도 날씬하고 둥근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현지 구매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했다. 또한 전화번호 기록에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 구매자들은 전화번호 기록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 착안, 5백개 이상 전화번호를 기록할 수 있는 장치를 PHS단말기에 추가, 적용했다. 박병엽 사장은 『선진국시장에서는 단순한 기술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현지 구매자의 입맛까지도 고려한 기술 및 디자인의 토착화만이 선진국시장 공략의 요체』라고 강조했다.<정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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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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