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무원 연금개혁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한국연금학회가 연간 2조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공무원연금을 수술하기 위한 개혁안을 내놨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이다. 공무원 사회 안팎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방안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2일 예정된 공청회는 공무원노조의 방해로 열리지조차 못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해 하반기에 매듭지을 움직임을 보인다. 찬성 쪽에서는 연간 2,000억원 증세해도 큰 혼란이 있는데, 10배에 달하는 적자를 방치할 수 없는데다 고령화로 과감한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반면 공무원노조는 연금은 공무원으로서 받는 각종 불이익에 대한 보상 성격인데다 선진국의 재정보전 비율에 비해 매우 낮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금학회 개혁안에 대한 찬반 주장을 게재한다.

● 찬성-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실제 삭감률 15~17% '최소한의 개혁'

하위직 배려 등 정부안 보완도 필요



공무원연금이 도입되던 지난 1960년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52세였다. 환갑잔치는 수명이 짧았던 때를 기억나게 하는 살아 있는 화석이다. 평균수명이 81세로 29년이나 증가해서다. 그러다 보니 연금 받는 기간도 덩달아 늘어났다. 반면에 20년간 지속된 초저출산으로 연금수급자를 부양할 미래의 경제활동인구는 정상 수준보다 800만명 줄었다. 연금 받을 노인은 늘어나는데 부양할 경제활동인구가 줄었으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인구 고령화와 연금제도의 성숙으로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급증하면서 연금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적자 보전액이 7년 뒤인 오는 2021년에는 7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누적 적자액이 53조원이다. 16년 뒤인 2030년의 연간 적자액이 14조4,000억원, 26년 후인 2040년에는 19조5,000억원으로 급증한다. 2040년에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38%에 육박한다.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경제활동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노인을 부양해야 하니 부담이 커 허리가 부러질 정도가 될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 등골 브레이커 그 자체다.

공무원연금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고령화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고령화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 셈이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지속 가능한 사회 구축에 시금석이 된 것이다. 다른 사회보장제도 개편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서 더욱 그렇다. 정부 공무원연금 개혁안 골자는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것이다. 43%를 더 부담하면서도 받는 것은 34%가 깎인다. 연금삭감 대신 퇴직수당을 민간 수준으로 인상하니 실제 삭감률은 15∼17%에 그친다. 이 정도 개혁은 초고령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개혁인 것 같다. 정부 개혁안 골자는 2007년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금발전위원회의 개혁안과 유사하다. 7년 전의 개혁안이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으니 그동안 공무원연금은 더 골병이 들었을 것이다.

정부 개혁안의 보완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공무원연금이 후하다고는 하나 공무원 상하 간 연금액 차이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차이만큼이나 큰 현실을 고려하지 않아서다. 소득이 적어 연금액도 적은 하위 공무원에게 동일한 개혁조치가 취해질 경우 이들의 노후생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공무원 평균월급이 447만원인데도 9급 공무원 초봉은 150만원이라는 현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도시근로자 1인 가구소득이 월 2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하위직 공무원 월급은 지나치게 박하다. 월급 차이가 연금액 차이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월급체계와 연금산정 방식에 대한 개선이 불가피하다. 연금적용 상한소득(월 805만원)의 하향 조정 또는 연금지급액 상한 설정 등으로 재원을 절약해 하위직 공무원의 연금액을 늘리는 데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임용 시점별로 연금액 차이가 지나치게 큰 것도 손봐야 할 것 같다. 전체 가입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2010년 이전 임용자의 연금 기득권을 손보지 않는 한 개혁효과는 한 세대(30년)나 지나서야 가시화될 수 있어서다. 인구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이 도입한 자동안정장치 도입을 위한 로드맵도 필요해 보인다.


● 반대-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관련기사



임금 민간의 77%, 고용·산재 보험도 없어

연금 재정 악화는 정부 방만 운영 탓


공무원연금은 제도 도입 당시부터 단순 노후보장이 아니라 재직 중 낮은 임금에 대한 후불 임금, 낮은 퇴직금, 각종 불이익을 연금으로 보상받는 인사정책적 수단을 포함해 설계됐다.

현재 일반직 공무원의 보수는 100인 이상 민간기업 대비 77.6%에 불과하며 퇴직금(퇴직수당)은 최대 39%밖에 안 된다. 대학 졸업 후 몇 년을 공부해 임용된 9급 초임 연봉은 1,900만원도 안 된다. 또한 재직 중 영리 행위와 겸직이 금지되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없으며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도 제한된다. 심지어 기초연금도 공무원은 못 받는다. 징계와 형벌에 따라 연금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공무원의 재직 중 불이익을 퇴직 후 연금으로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역대 정부들이다.

공무원들은 정부의 약속을 믿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수해와 산불·구제역 등에 목숨을 걸었다. 박근혜 정부가 100만 공무원과 36만 수급자, 500만 가족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겠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재정이 악화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1만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퇴직수당 4조7,169억원, 철도청 공사 전환에 따른 퇴직수당 2,227억원, 사망조위금과 재해부조금 1조4,425억원, 군대 소급기여금 미납액 5,863억원 등을 비롯해 정부가 공무원연금에서 빌리고는 이자를 한 푼도 안 낸 4,700억원, 책임준비금 미적립액 7조2,000억원 등 현재 가치로 24조원이 넘는 재정 손실을 끼쳤다. 당연히 정부가 갚아야 할 돈이다.

또한 정부는 연금 재정 부담도 등한시하고 있다. 외국 정부와 비교해도 한국 정부의 공무원연금 재정에 대한 부담률은 터무니없이 낮다. 일본 27.7%, 미국 35.1%, 독일 56.7%, 프랑스 62.1%에 비해 한국 정부는 고작 12.6%를 공무원연금 재정에 투입하고 있다.

이미 2010년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라 공무원 연금(39.9%)과 퇴직금(5.85%)을 합산한 퇴직 후 실질소득대체율은 45.75%에 불과하다. 반면 민간은 공무원이 받지 못하는 기초연금(7~14%)과 국민연금(24.7%)·퇴직금(14.6%)을 합산하면 46.3%에서 53.3%로 공무원보다 퇴직 후 소득대체율은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연금을 '용돈'연금으로 바꾸고 기초연금은 있으나 마나 한 연금으로 전락시켰다. 국민의 노후가 붕괴됐기 때문이다. 국민의 노후는 세계 각국이 그렇듯이 공적연금으로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히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는 개악을 했다. 말 그대로 국민의 노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이는 100만 공무원과 500만 가족들이 공적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 노후를 지키기 위해서다. 당정청은 기초연금을 재설계하고 국민연금을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 공무원노조는 국민의 노후를 국가가 보장하도록 하는 데 전력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