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거` 아직은 조심스런 접근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도 어느덧 5개월째가 되고 있다. 집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국정혼란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집권 말에 발생하는 레임덕 현상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북핵문제 등 한반도 생존이 걸려 있는 중대사가 미국과 북한의 강경태도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교육부는 NEIS 문제에 대해 원칙없게 대응, 교단갈등이 발생하는 등 국내외 현안으로 국정이 몸살을 앓아왔다. 하지만 국정혼란의 한가운데는 노사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집권 초 전국 물류를 마비시켜 수천억원의 손실을 유발한 화물연대의 파업에 이어 철도노조 파업 등이 국정을 뒤흔들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되는 일은 없고 안되는 일만 난무하다는 자조섞인 한탄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노사파업이 국정 혼란의 주된 이유가 된 것은 무엇인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법과 원칙을 지키지 못한 정부 대응이 문제지만 노조 또한 책임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친노(勞) 정부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한 것이다. 노동부장관은 노동부가 노동자의 편을 드는 게 무슨 문제라는 식으로 단언하기 조차 했다. 하지만 노조는 정부를 상대로 투쟁의 강도를 높였다. 정부가 철도노조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자 민노총은 정권퇴진운동을 운운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역대 어느 정권보다 챙겨줄 정부를 투쟁의 대상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모든 일에는 명분이 있어야 여론의 지지를 얻게 되고 실리를 챙길 수 있게 마련이다. 명분이 없는 싸움은 자기 함정에 빠지게 된다. 최근 철도노조가 명분 없는 파업을 하면서 많은 노조원들이 중징계를 당할 위험에 처해있고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게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결국 노조는 친노 정부인 참여정부를 지나치게 몰아부쳐 자승자박에 빠진 것이다. 사용자 측은 기회를 잡은 듯 공장 해외 이전을 운운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역공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좌파정권 이지만 집권 후 친노 정책 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정책을 펼쳐 국가위기를 넘기고 있다. 노조는 지금이라도 현 정부를 도와주며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생산성을 넘어서는 요구는 오히려 여론에 밀릴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또 경제침체도 감안한 전술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또 왜곡된 분배구조를 개선하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되 파이를 키우는 것과 병행해야 할 것이다. 성장을 무시한 분배 정책은 궁극적으로는 분배 자체가 줄어드는 역효과만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래야 꿈의 2만달러 고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정배 부동산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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