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光植(언론인)영국의 수사전문가로 「권력과 부패」(POWER AND CORRUPTION)를 쓴 스티븐 무어의 기록을 보면 「조나단 에이트켄의 사례」라는 것이 나온다.
영국의 전직 국회의원이며 국방부 조달담당 국무상이었던 에이트켄은 무기거래 관계로 사우디의 한 왕자와 파리의 고급호텔 리츠에서 접촉한다. 이 정보를 입수한 가디언지는 모종의 흑막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고 탐색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에이트켄은 사실 확인을 거부하고 오히려 가디언지에게 명예훼손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기나긴 법정 싸움 끝에 에이트켄은 패소했고 권력을 이용한 그의 부패학의 구조와 거짓말이 만천하에 들어났다. 특이한 것은 에이트켄이 사법제도를 이용하여 교묘하게 거짓말로 대응했다는 점이다. 가디언지가 추궁해 들어갈 때마다 그는 그럴듯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냈으나 하나하나 들통이 났다. 촉망받는 정치인으로 장래 수상감이라는 평까지 받았던 그는 결국 몰락하고 말았다. 메이저 총리 시절에 있었던 일이고 비리의 파장은 1997년 선거에서 보수당 정권의 참패를 결과하는데 일조했다.
이 사례를 종합정리한 가디언지는 에이트켄이 리츠호텔 회동에 대해 사소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같은 파국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거짓이 지니는 파괴력의 함축이다.
한 절도범을 수사하는 중 고위공직자 집안에서 훔쳐 내온 장물의 리스트를 놓고 진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집권정당의 실세이거나 장관이라고 해서 관심이 모아지기 보다는 10여만달러의 외화와 냉장고 속의 거액 현찰과 고가의 그림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범인의 말대로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너머에서 떠오르는 권력의 부패가 표적이 될 듯 싶다. 당사자들은 범인의 주장을 일체 부인했고 집권당은 이 문제를 정치공세로 이용하려는 야당을 맹렬히 비난했다.
아직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판단은 유보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몇가지 생각해 둘 일이 있다. 첫째 진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언론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둘째 비록 당사자들이 결백하더라도 「수상한 돈」과 권력의 관계다. 전두환 대통령 임기중반에 청와대는 비공개로 외국 정치학자를 초빙해 권력의 문제를 평가받은 적이 있다. 이 학자는 대통령 집권 2년차부터 부패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경고성 메시지이다. 권력 패밀리의 건강도를 짚어 볼 일이다. 셋째 도둑은 도둑일 뿐이다. 유력자의 집을 털어 물방울 다이아가 나왔더라도 그가 홍길동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