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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지역 산업단지에서 폭발이나 유독물질 유출 사고 등이 연이어 발생하자 경찰이 이례적으로 수사본부를 꾸려 강경 대응에 나섰다. 또 노동부도 해당 사업장에 대해 신속하게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안전진단에 돌입하는 등 사고 근절을 위한 당국의 대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울산 공단 내 안전사고의 상당수는 '안전부주의'가 주 원인인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처벌 여부와는 상관없이 해당 사업장의 안전불감증 해소 없이는 사고 근절도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12일 사망자 1명을 비롯, 5명의 사상자를 낸 울산시 남구 매암동 후성의 폭발사고와 관련해 정확한 사고원인 및 사고 발생지점을 밝히기 위한 합동감식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8일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즉각 수사인력 20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꾸리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상태다. 경찰 수사본부는 후성 외에도 같은 날 탱크 작업 중 질식사고가 발생한 SK케미칼에 대해서도 안전부주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후성의 불산제조공장과 SK케미칼 위험물 저장탱크에 대해서도 이날 각각 작업중지명령 및 안전진단 명령을 내렸다
울산지역에서는 이번 폭발사고 외에도 올 들어서만 16건의 폭발사고와 2건의 화학물질 유출 사고 등 모두 18건의 대형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4일에는 최대 75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에쓰오일의 원유저장 탱크에서 균열이 발생, 사흘째 막대한 양의 기름이 유출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유출된 원유량만은 15만 배럴(2,380만리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유조선 우이산호 충돌에 따른 기름 유출의 30배가 넘는 양이다
앞서 지난 2월 22일에는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 온산항사거리에서 지하 2m에 매설돼 있던 화학물질 이송 배관이 터져 자이렌 혼합물 3만ℓ가 유출됐다. 고려아연이 자사 스팀배관을 설치하기 위해 땅을 파다 매설된 직경 20㎝의 철제 자이렌 혼합물 이송 배관을 파손해 일어난 사고였다.
울산지역 산업공단에서 이처럼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우선 해당 사업장의 안전부주의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울산 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는 모두 197건으로 한 해 평균 40여 건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사고원인은 안전부주의가 50건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이 기간 중 사고로 사망 5명을 포함해 4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재산상 피해도 46억 여원에 달했다.
울산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매번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후진적 기업 안전관리 행태가 여전히 현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안전관리 책임에 대해서도 최고 경영진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적 요건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