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부. 금융의 판이 바뀐다 <3> 진검승부 막 오른 보험산업

대형 보험사 짝짓기 가속·다이렉트 열풍까지 겹쳐 소용돌이

LIG손보 인수전으로 재편 시작 ING생명 영업 본격화도 변수

'사업비 차익으로 승부'는 옛말 보장성 상품 개발·판매 주력 신뢰기반 새먹거리 확보해야

지난해 ING생명에 이어 올해 LIG손보가 매물로 나왔고 KDB생명·우리아비바생명 등도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험 업계의 판도를 바꿀 인수합병(M&A) 전쟁이 시작됐다. 매물로 나온 LIG손해보험 등 건물 전경. /서울경제DB


100년 역사를 자랑하던 일본 중견 생명보험회사 야마토가 지난 2008년 갑자기 몰락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도쿄생명 등 7개 회사들이 저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잇달아 파산한 데 이어 지급여력비율(RBC) 555%로 재무건전성 초우량회사로 평가되던 야마토마저 공중분해 되자 일본 보험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계속되는 저금리에 따른 운용차익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 해외자산 투자에 나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 화근이 됐다. 보험 본연의 상품 경쟁력은 도외시하고 설계사 비용 과다 등 사업비 비중이 턱없이 높았던 것도 부실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험 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저성장·저금리로 보험사들이 잇달아 파산하고 인수합병(M&A)되면서 대형회사 위주로 재편됐다"며 "국내도 저금리 지속에다 대부분 재벌 계열사로서의 그룹 리스크까지 도사리고 있어 업계의 지각변동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보험 업계도 재편의 서막이 열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룹 건설사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의 불똥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LIG 손보는 올해 M&A 시장의 최대어다. 업계 상위사인 LIG손보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송두리째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ING생명이 올해부터 공격적 영업에 나서며 업계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보 업계 최초로 출범한 온라인(다이렉트) 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이 기존 설계사 위주의 채널에 어떤 회오리바람을 몰고올지에도 업계는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업계 재편의 원년=지난해 말 손보 업계 4위의 LIG손보가 매물로 나오자마자 금융지주·손보사·사모펀드 가릴 것 없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인수의사를 밝힌 중소형 손보사인 롯데손보와 메리츠화재가 인수하면 단숨에 삼성화재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선다. KB금융지주가 인수하면 생보업과 손보업을 갖춘 종합보험사로 거듭나게 된다. 또 산업은행지주가 민영화 방침을 백지화하고 국책은행으로 다시 돌아서면서 계열사인 KDB생명도 시장에 나온다.


업계 재편의 또 다른 핵은 사모펀드다. IMM프라이빗에쿼티와 동양생명을 인수한 바 있는 보고펀드가 당장 LIG손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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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에는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인수에 성공했다. 이들 사모펀드는 보험업을 영위해나가겠다는 전략적 투자자가 아니라 수년 후에 매각 차익을 남기고 보험사를 팔겠다는 재무적 투자자로 이들 보험사가 다시 어디로 팔리느냐에 따라 업계의 판도가 또다시 뒤바뀔 수 있다. 대부분 그룹 계열사로서 보험업을 하고 있는 한국 보험사의 특성상 그룹 구조조정이나 계열사 리스크로 인해 언제든 제2의 LIG손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박사는 "대부분 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한국 보험사의 특성상, 그룹 구조조정과 계열사 리스크에 잠재 노출돼 있다"며 "리스크 관리가 금융업의 제일 기본원칙임을 감안할 때 그룹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을 갖고 보험 본연의 업을 추구하는 회사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동치는 것은 국내시장뿐 아니다. 저성장에 직면한 국내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현대해상이 미국시장에서 현지 보험사를 인수하는 방안에 착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제 보험사의 생존 방정식에서 해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떠오르는 거대 신흥시장인 중국에서는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이 중국 업체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항저우에서 영업을 개시했다.

◇진검 승부 막 올라=당장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즉시연금 등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사업비 차익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비자 의식이 높아지고 건전성 규제가 강화하면서 설계사 수수료 합리화, 투명성 제고는 이제 기본이다. 사업비 차익이란 상품 판매시 당초 책정했던 광고비, 설계사 비용 등과 실제 사용한 비용과의 차이를 말하는 것으로 보험 본연의 상품 이익과는 무관한 것이다. 이제 소비자 관점이 아니라 보험사 위주의 영업관행 구태를 벗지 못하는 업체는 시장에서 외면받아 자연도태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8년 일본의 야마토생명이 파산한 이유 중 하나가 보험 본연의 상품개발에 노력하기보다 경쟁사의 평균 사업비(12.7%)보다 2배 이상 많은 사업비(25.4%)를 쓰는 등 거품경영을 했기 때문인데 한국 보험산업 역시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과다한 저축성보험 판매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이차 역마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결국 100세 시대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해 보험 본연의 신상품을 내놓음으로써 상품이익, 이른바 위험률 차익에서 진정한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호 보험연구원 원장은 "보험 본연의 보장성상품 판매에 주력한 푸르덴셜은 위험률 차익이 30%를 넘지만 삼성생명 등 한국의 빅3 보험사는 저축성보험 판매 등 외형경쟁에 나서면서 위험률 차익이 12% 전후에 그치고 있다"며 "이제부터는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면서 보험 본연의 상품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갖느냐가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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