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불편 깔아뭉개는 대형마트 추가규제

정치권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을 기어코 추가로 규제할 모양이다. 민주통합당은 대형마트 영업시간과 의무휴업 일수를 현재보다 더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영업시간 제한범위를 기존의 자정~오전8시에서 오후9시~오전10시로 강화하고 의무휴업 일수도 매월 2일에서 매월 4일 이내로 늘리는 내용이다. 지난 4월 많은 반발 속에 시작된 영업시간 제한으로도 모자라 추가로 규제해야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인구 30만명 미만의 중소도시에 앞으로 5년 동안 대형마트 신규 개설을 원천 봉쇄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래시장ㆍ골목상권과의 상생 차원에서 추가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여야의 명분이다. 그러나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재래시장이 살아난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 만약 그런 취지에 진정성이 있다 하더라도 기존에 소비자들이 누리던 권리와 재미는 무슨 근거로 마음대로 박탈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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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에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재래시장의 매출이 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백화점이나 중간 규모의 할인마트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군소업체와 구내약국과 미장원 같은 입점업체들도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영업시간이 줄면 고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의 일자리는 대부분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인데 왜 이런 사실은 외면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영업시간을 추가 제한하면 그렇지 않아도 불편을 겪고 있는 맞벌이 부부와 혼자 사는 직장인에게 사실상 토요일 외에는 쇼핑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년간에 걸쳐 자리 잡은 시민의 생활 패턴을 행정력으로 억지로 바꾸겠다는 무리함의 극치이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지원은 필요하지만 온실 속 화초는 자생력이 없다. 큰 것과 작은 것들이 조화와 경쟁관계를 이룰 때 상호 발전한다. 대형마트를 억압하기보다는 이미 숱하게 지적된 재래시장의 경쟁력 제고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정답이다. 물론 이 모든 제언들이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 전략 앞에서는 쇠귀에 경읽기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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