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예산실 고객의 작은 소원

정부과천청사 1동 4층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위치한 자리다. 속칭 '나라 곳간'이다. 예산실은 워낙 격무여서 재정부 안에서 그리 인기가 없다. 하지만 다른 부처 공무원에게는 여전히 '상전'이다. 일선 부처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까지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따기 위해 예산실의 곳간지기들을 알현(?)하려 몸이 닳는다. 그런데 이들을 한번 만나는 것이 참으로 고역이다. 고압적이어서가 아니다. 최근 예산실 앞에서 만난 한 지치체 공무원은 하루 종일 복도를 서성이다 이런 푸념을 했다. "업무 협의 차 찾았는데 정말 다른 공무원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산실를 찾은 공무원들이 힘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예산실은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곳이라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전 부처 예산담당 공무원들이 몰려온다. 4층 예산실 복도는 실무자 한번 만나려 서성이는 공무원들로 북새통이다. 문제는 이들이 편히 쉴 곳이 전혀 없다는 것.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받는 스트레스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실무자를 만나기 위해 온종일 기다리는 육체적 피로는 참기 힘들다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협의가 잘 안되면 길게는 한 달 정도 고생해야 한다. . 옆 동네인 과천청사 3동의 지식경제부 공무원조차 "과천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그나마 좀 편한데 지방에서 올라온 공무원들은 휴게실이 없어 너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불만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예산실 실무자들도 매년 정기국회가 열리면 길게는 두 달 이상 국회 복도에서 서성이고 대기하며 답변자료를 준비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쉴 곳 하나 없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휴게실 좀 마련해 주지…'라고. 쉴 공간 마련은 작은 배려다. 가뜩이나 예산실 문턱이 높다는 인식이 강한데 쉴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예산실 스스로 원성을 키울 필요가 있을까. 물론 재정부 자체 공간도 부족해 타 부처 공무원들이 쉴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찾아 보면 작은 배려를 할 곳은 얼마든 있을 것이다. 타 부처 공무원들은 예산실 더 나아가 재정부에게는 고객이다. 재정부는 나라 곳간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경제컨트롤 타워로서 모든 부처를 조정한다. 내가 힘들면 남도 힘든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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