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성재갑(67) LG석유화학 회장이 42년간의 기업활동을 마무리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LG그룹은 20일 전자와 함께 LG의 주력산업인 화학산업을 육성ㆍ발전시켜온 성 회장이 젊고 능력 있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경영일선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은 앞으로 LG석유화학의 고문을 맡아 후진 양성과 선배 경영자로서 조언에 힘쓸 계획이다. 성 회장은 “대과 없이 기업생활을 마무리하고 아름다운 전통을 남기며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소감을 대신했다. 또 후배들에게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인재ㆍ경영노하우 등을 잘 활용하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시켜온 화학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변함없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성 회장이 걸어온 길은 한국화학공업 발전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성 회장은 지난 63년 부산대 화학공학과 졸업과 함께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입사한 뒤 78년 ㈜럭키 이사를 거쳐 럭키석유화학 사장, LG화학 대표이사, LGCI 대표이사, LG석유화학 회장 등을 지낸 LG그룹의 대표적 전문경영인. 그는 ‘화학이 강한 나라가 미래의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40년 넘게 오직 한 우물만 파온 우리나라 화학산업의 산증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80년 미국 암스트롱사에서 바닥재 제조기술을 들여오려다 거절당하자 2년여의 자체개발 끝에 ‘럭스트롱’이라는 제품을 만들어 적자 사업부를 흑자로 탈바꿈시켰고 LG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이 얘기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또 89년 신설된 럭키석유화학(현 LG석유화학) 사장을 맡아 당시 바다와 개펄이었던 지금의 여수 용성단지에 당초 예정기간의 절반인 1년6개월 만에 공장을 완공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LG의 한 관계자는 “성 회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경영자였다”며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등을 맡아 국가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는 등 재계의 귀감이 돼왔다”고 말했다.